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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주택거품 붕괴 '전염병 옮기듯'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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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주택거품 붕괴 '전염병 옮기듯' 세계로

입력
2008.04.2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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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에마 리넨(31ㆍ여)은 2006년 5월 57만 5,000달러를 주고 아일랜드 더블린 교외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를 샀다. 2년이 채 안된 지금 이 아파트 값은 47만달러도 안된다. 10만달러 이상 떨어졌다. 그나마 이 가격에 팔려고 해도 매수자가 없다. 그는 “아파트만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며 “실제 아파트가 팔리기 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2 훌리안 페르난데스는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외곽 개발구역에 투자 차원에서 작은 아파트 3채를 샀다. 한 채당 10만 유로의 예치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집값이 폭락하면서 비싸진 모기지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그는 3년 전 샀던 그 가격으로 아파트들을 내놓았다. “이 골칫덩이를 없앨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그는 그러나 부동산 업자로부터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사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미국 발 주택시장 붕괴가 낳은 ‘거품 세계화’의 단면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붕괴는 아일랜드 스페인 영국 발트해 등 유럽을 넘어 인도까지 전세계 주택시장을 연쇄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20년 가까이 호황을 구가하며 ‘유럽의 지진아’에서 ‘켈트의 호랑이’로 거듭난 아일랜드나 금융관리 시스템이 미국보다 더 촘촘하다는 영국도 ‘주택 허리케인’을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금은 거품 붕괴 초기 단계여서 그런대로 버틸 만 하다. 호황기 때 동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대거 유입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일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살던 집을 대대적으로 처분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에서 주택시장이 가장 견실하다는 영국은 최근 두달새 모기지 승인건수가 지난해보다 31% 줄었다. 주택가격은 3월 한달간 평균 2.5% 떨어졌다. 1992년 이후 월 단위 최대 하락폭이다.

최근 10년간 호황을 누리며 독일 영국 프랑스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400만 채의 주택을 신규 건설한 스페인은 지금 쏟아져 나오는 주택물량 때문에 아우성이다. 시장에 나온 수천 채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빈집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현재 부동산 가격에 아직 15% 이상 거품이 끼어있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부동산 업체는 1년전만 해도 한 달에 40건의 부동산 계약을 성사시켰으나 지금은 6, 7건에 불과하다. 뉴델리를 비롯한 인도 북부지역은 지난 한해 20% 가격이 폭락했고, 9ㆍ11 테러 당시 잠깐을 제외하고는 1990년 이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아일랜드의 주택시장도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30% 이상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IMF는 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주택거품 붕괴가 주택시장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 주택가격 폭락이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도ㆍ소매 시장으로 피해가 확산될 징후를 보이고 있고, 주식시장과 고용의 불안은 다시 고스란히 주택시장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켈빈 데이빗슨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주택시장 붐이 미국보다 훨씬 길고 컸던 만큼 고통도 미국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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