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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쇄신 어떻게 볼 것인가' 紙上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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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쇄신 어떻게 볼 것인가' 紙上토론

입력
2008.04.24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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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전격적인 퇴진에 대해 재계는 물론 삼성과 각을 세워온 상당수 시민 단체들 까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경영 쇄신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는 ‘미완의 작품’ 혹은 ‘모든 걸 다 버린 선택’ 이라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의 경영 쇄신안과 후속 대책의 방향에 대해 23일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학자인 김기원 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범 재계의 산실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전무가 나서 지상좌담회를 열었다.<편집자주>

-경영 쇄신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김기원 = 이건희 회장과 가신들의 퇴진 등은 과거에 비해 분명 진전된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안이란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어차피 가신들은 교체할 시점이 됐고, 이재용 전무의 가신들은 새로 등장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이승철 = 경제계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추진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단은 오히려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발표로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삼성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쇄신안 내용 중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과 미흡하다고 보는 부분은.

이 =쇄신안은 삼성이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다 보였다고 생각한다. 경영 책임부분과 개인재산의 사회환원 등은 큰 결단이었다. 다만 경영 효율성보다는 국민정서를 고려한 결단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리더십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 = 이건희 회장과 가신 그룹의 퇴진, 그리고 전략기획실의 폐지는 높이 살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잘못에 대한 고백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이 수렴청정을 할 수도 있고, 전략기획실도 이름과 형태만 바꿔서 남을 수 있다는 의구심까지 든다.

-향후 경영권 승계 문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 = SK그룹이 전문 경영인인 손길승 회장을 거쳐서 최태원 회장에게 넘어간 것과 같다. 당분간은 이 전무가 해외에 있겠지만, 국민들은 불과 몇 달만 지나도 잊어 버린다. 그 때 되면 분명히 ‘삼성에 구심점이 없다’ 운운하면서 이 전무가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다.

이 = 이 전무의 승계문제는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본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경영능력이 있고 정당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국민정서적으로도 인정돼야 하고 제도적으로도 보완돼야만 앞으로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순환출자 해소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전망과 평가는.

김 = 핵심이 지주회사 전환이나 순환출자 해소가 아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판다고 그룹 지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지주회사 체제가 개혁의 상징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문제다. 이 보다는 보험계약자의 돈이 지배 근원인 삼성생명을 계열에서 분리하는 소유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 순환출자는 삼성이 단기간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순환출자를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삼성이라는 기업집단 전체를 적대적 M&A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자사주 매입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더욱 보수적인 자금운용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저해한다. 지배구조에는 아직 정답이 없다.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선택의 문제다.

-향후 계열사 독립 경영, 전문 경영체제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 = 삼성은 이미 경영사항들을 계열사별로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신사업 진출시 계열사간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할 까 우려된다. 오늘날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추진력과 전략기획실의 적극적인 조정업무 등을 통해 이뤄졌다.

김 = 계열사 사장들이 어떻게 행동을 할 지 불 본듯하다. 독립 경영한다고 하면 ‘단칼’에 날라가지 않겠나. 결국 ‘회장님’에 대한 의존 없이 완전한 독립 경영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차명 재산의 사회 공헌 사용에 대한 평가는.

김 = 삼성생명 차명 주식 2조3,000억원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란 이유로 제외돼 있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인 만큼 이 중 절반은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일부만 내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차명재산도 결국 개인의 재산인데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이번 기회에 차명계좌에 대한 제도를 한번 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어떤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 = 세가지다. 첫째 비리에 대한 고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재용 전무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주주로서 자선사업 등에 매진해야 한다. 셋째, 삼성생명을 그룹에서 분리해야 한다.

이=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국민들은 최선의 쇄신안을 내놓은 만큼 삼성이 경제살리기에 본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또 제2, 3의 삼성이 나오지 않도록 상속세에 대한 제도적 개선과 지주회사 관련 규제의 완화 등을 통해 정상적인 경영승계와 지배구조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리=장학만기자 local@hk.co.kr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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