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매장량 부족으로 증산이 어렵다고 밝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 “석유 생산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현재의 국제 유가가 치솟는 진정한 원인”이라고 털어놓았다고 23일 보도했다. 리비아 국영 석유공사 사장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어느 곳도 증산할 만한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사우디가 증산의 여력은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석유 증산을 미루고 있다”거나 “서구의 석유 수입국들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속도에 맞춰 적절하게 증산하려 한다”는 추측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리기 위해 동부 쿠라이스 유전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하루 산유량 520만 배럴의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 유전과, 페르시아만의 베리 유전, 아부사파 해양 유전 등에서 주로 원유를 생산하지만 더 이상 증산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1957년 발견하고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1981년 채굴을 중단한 쿠라이스 유전의 재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원유층이 예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어 190㎞ 밖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수압으로 기름을 뽑아 올려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매일 120만 배럴을 생산하겠다던 아람코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WSJ는 이를 두고 세계 석유가격을 좌우하던 사우디의 영향력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람코는 90년대까지 하루 산유량 1배럴을 늘리는 데 4,000달러를 추가 투자하면 됐지만 지금은 1만6,000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석유 공급량을 조절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사우디의 영향력 감소는 결국 정국 불안을 겪고있는 이란, 이라크의 석유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향후 유가 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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