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순환출자에 대해 삼성이 마침내 해소의사를 밝혔다.
A사→B사→C사→A사 등으로 형성되는 환상(고리)형 순환출자는 가공(허위)의 자산을 만들어 적은 지분으로 지배권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줄곧 비판의 대상이 돼 왔었다. “삼성에게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것은 경영권을 내주라는 무리한 요구”라는 주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삼성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리를 끊어도 총수의 지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뜻에서였다.
삼성은 현재 여러 개의 순환출자가 얽혀 있는 형태. 가장 중요한 순환출자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은 삼성카드가 가지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25.64%를 4~5년내에 팔아 순환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처분해도 총수일가와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총합은 64.6%에 이른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25.1%, 이 전무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도 각각 8.4%씩 갖고 있다.
물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7.2%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일직선형의 지배구조가 불안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와 다른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까지 합치면 약 20%가량이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켜볼 대목은 삼성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뒤, 지주회사 체제로까지 갈 것인가 여부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가 수직형태여서 간명하고 투명한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전 계열사의 지분을 재편성하고, 막대한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일반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의 40% 이상을 소유해야 하고, 금융지주회사는 각각 30%(상장사), 50%(비상장사)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삼성은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 경영권이 위협 받는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추진은 어렵고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가질 수 없고, 금융 지주회사는 비금융 자회사를 가질 수 없어, 금융-비금융 계열사들이 섞여 있는 삼성으로서는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은, 향후 법개정 추이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융 지주회사도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일반지주회사도 금융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부채비율제한(200%)를 없애 돈을 얼마든지 빌려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부가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 유도를 위해 관련 법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기업 구조조정 기능이 있는 지주회사제도의 취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어 또 한차례 비판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로선 삼성의 지배구조개편은 지주회사로 가지 않고, 순환출자 고리만 끊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