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재산은 실명 전환 후 이건희 회장 본인과 가족이 아닌 유익한 일에 쓰겠다.”
삼성이 22일 이 회장의 차명 재산 용처에 대해 ‘유익한 일’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쓰면서 향후 처리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 측은 “단순히 사회환원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이어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이 회장이 유익한 곳에 쓸 수 있는 금액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이 차명 계좌로 관리하고 있던 금액은 4조5,373억원에 달하지만 삼성생명 관련 주식과 현금(2조3,000억원) 등은 조세포탈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유익한 일’을 위한 자금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증권, 삼성화재, 에스원 등 7개 계열사의 차명계좌에 담긴 2조원 가량이 공급원이 된다. 여기다 특검이 이들 계좌간 주식거래로 발생한 양도소득세 포탈액으로 잡은 1,129억원은 차감해야 한다. 하지만 정확한 금액은 국세청과 법원이 세금과 벌금 등을 확정해야 나올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국세청과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어 계산하기 힘들다”며 “2조원 안팎의 차명재산에서 세금을 내고 남는 금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회장은 2조원 가량의 돈을 어디에 쓸까. 이날 이학수 부회장이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서는 회장의 취지에 맞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언급한 걸 감안하면 아직 뚜렷한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6년 국정원 X파일 사건에 대한 사과형식으로 출연했던 사회공헌 기금 형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팎에서 기금 운용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에서 “단순히 사회환원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언급한 것도 사회공헌 기금과의 선을 긋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직원들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지주사 전환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유익한 일’이 아닌 소유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꼼수’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삼성재단 출연을 통한 문화, 장학 사업 등에 쓰일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실제로 쇄신안 발표직전까지 삼성 내부에서도 이 안을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리움 미술관 관장이 재단 이사장 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도덕성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두게 한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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