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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변종 전성시대'

입력
2008.04.2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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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천하장사도 하던 사람이 신 내림을 받았네.”

MBC <황금어장> 의 ‘무릎팍도사’에서 신 내림 받은 무릎팍도사로 열연한 강호동을 두고 노인들이 주고 받은 웃지 못할 이야기다. 강호동이 직접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개그맨’이라고 항변할 정도로 세간의 화제를 낳았다.

무릎팍도사는 토크쇼다. 스타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는다는 기획 취지에 따라 역학관과 도사라는 가상 상황을 설정했을 뿐이다.

게스트의 진심을 끌어내거나 거칠지만 솔직한 입담을 보여주기 위해 토크쇼가 다양한 형태로 변종을 거듭하고 있다. 가상 무대와 캐릭터를 설정해 스타임을 스스로 잊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캐릭터 콩트)하는가 하면, 게스트의 얌전한 대답을 기다리기보단 고정 패널의 농밀한 입담(채트쇼)을 우선시한다. 스타가 없이 외국인 게스트만으로 흥미진진한 입담 대결(집단 토크)을 펼치기도 한다.

■ 스타는 없다: 캐릭터 콩트 vs 채트쇼 vs 집단 토크

최근 최고의 인기를 올리고 무릎팍도사와 KBS <해피투게더> 의 ‘웃지마 사우나’는 캐릭터 콩트다. 메인과 보조 MC를 포함해 게스트까지 캐릭터를 부여 받고 상황극을 펼친다. 일종의 속임수다.

연예인 강호동과 유세윤이 아니라 무릎팍도사와 건방진 도사, 유재석과 박명수가 아니라 재석네와 명수네다. 출연진들은 실제 역학관이나 사우나를 찾은 것처럼 말 못할 고민이나 웃지 못할 실수담을 털어놓으면 된다.

캐릭터 콩트의 강점은 게스트가 역할극에 푹 빠질 때 진실성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놀이를 즐기던 스타는 어느덧 스타로서의 모습이 아닌 본연의 이야기를 사심 없이 풀어놓게 되고,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대중문화 평론가들은 “처음엔 게스트에 대한 배려 없이 과도한 공격성 질문으로 안티 논란까지 불렀던 무릎팍도사가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재일교포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등이 자신의 일상과 진심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토크쇼의 가장 실험적인 변종 형태는 게스트가 없이 고정 패널들의 입담만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채트쇼(Chat Show)다. MBC <명랑히어로> , <무한도전> , <황금어장> 의 ‘라디오 스타’가 대표적이다.

무한도전은 고정 패널 5명의 좌충우돌 도전기지만, 이들의 인간 관계를 주축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주로 담고 있다. 라디오 스타도 매주 게스트 2명을 섭외하지만 고정 패널들의 밀도 있는 거친 입담 속에 게스트의 존재가 묻히기도 한다.

정통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것은 그나마 집단 토크다. 집단 토크는 KBS <서세원쇼> 가 연예인들의 집단 토크 대결을 시작한 후 SBS <야심만만> 과 같은 앙케이트 토크쇼 형태로 진화했다.

MBC <놀러와> , KBS2TV <미녀들의 수다> 가 여기에 속한다. 이곳에선 스타이든 아니든 연예인이든 일반인(외국인)이든 말 잘하는 토커(Talker)만이 살아 남는다. 때문에 집단 토크에선 소탈한 말솜씨로 개그맨을 능가하는 배우 김선아, 차승원, 김수로 등을 최고의 게스트로 꼽는다.

■ 스타의 부활?

변종 토크쇼들의 공통된 특징은 ‘스타 지우기’다. MC나 게스트로 초청된 스타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게 이웃집 언니, 오빠로 끌어내린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가수 양희은이 보통 사람과 같이 카메라를 기피하는 ‘울렁증’이 있다거나 카리스마 강한 배우 이혜영이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놓음으로써 시청자들은 스타들의 인간미에 공감하는 것이다.

1990년대 토크 트렌드를 이끈 <이홍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김혜수의 플러스 유> 등의 대본을 집필했던 김일중 이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시시각각 밝혀지면서 스타에 대한 환상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10년 전엔 배우 한석규 같은 톱스타를 섭외하면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었지만 이젠 무명인 추성훈의 인간적인 모습이 시청자의 관심을 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타 지우기’ 트렌드를 불편해 하는 스타들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들은 사우나에서 맨 얼굴로 사우나 복장을 하고 물총을 맞아야 하고, 아픈 개인사를 들춰내 대중에게 고백하도록 강요 받는다.

SBS는 최근 스타 없는 토크쇼 트렌드에 맞서 <최수종 박수홍의 더 스타쇼> 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키로 하고, ‘스타의 부활’을 선언했다.

이충용 SBS 제작본부장은 “스타들이 말이나 벌칙으로 공격을 받는 수난의 무대가 아니라 품격 있고, 진정성 있는 스타쇼에서 장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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