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사실 이번 사태는 삼성 측이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 등 각종 무리수를 둔 데서 출발했다. 이 전무가 특검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 삼성이 이 전무를 해외사업장에서 ‘백의종군’토록 한 것도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한 고육지책으로 판단된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이 전무가 삼성전자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이 전무의 향후 거취에 대해 “이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권을 승계하면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만일 이 전무의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영권 승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이 전무가 2001년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할 때 ‘현장경영’과 ‘경청’ 두 가지를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당시 이 전무가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자동차로 10시간을 달려야 하는 밀림지대의 복합단지 공장을 방문, 임직원들과 부대낀 것도 이 회장의 현장경영론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추석 등 연휴기간에도 동남아 등지를 돌며 경영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제3의 창업’을 선언한 삼성이 이 전무에게 당분간 경영능력 검증 시험을 더 치르라는 특명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단 이 회장이 물러나는 모양새에 맞춰 CCO 자리를 내놓고 해외에서 ‘몸 낮추기’를 통해 이미지 개선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때문에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 등 현안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특검 수사로 불구속 기소된 이 회장의 재판이 마무리되는 등 걸림돌이 제거된 이후 이 전무가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회장이 경영일선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이 전무로의 경영권 이양 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5월 인사에서 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를 경영권 승계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따라서 이 전무는 일정 기간 해외현장에 머물며 이 회장의 재판 결과와 삼성 쇄신안 이행흐름 등을 살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설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날 쇄신안에서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20조원 가량의 돈이 들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 받는다”는 문제점을 내세우며 시간을 두고 검토할 사안으로 정리했다. 이에 따라 삼성 주변에선 전자ㆍ금융계열은 이 전무, 호텔ㆍ화학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패션ㆍ의류는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이 회장의 1남2녀에게 할당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전무는 올해 만 40세(1968년생)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어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업을 마친 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부로 합류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2007년 초 CCO로 승진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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