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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150만 시대/ <下> 뿌리내리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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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150만 시대/ <下> 뿌리내리는 그들

입력
2008.04.23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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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A씨는 매월 50만원 가량을 본국에 송금하지만, 은행에는 가지 않는다. 은행 대신 파키스탄 출신인 '하왈라' 업자에게 부탁한다.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내면 송금액의 8%를 수수료로 내지만, 하왈라 업자는 2.5%만 받는다. A씨는 "하왈라는 이슬람의 신의에 따라 운영되는 환치기 거래인데, 단 한번도 배달 사고가 난적이 없다"고 말했다.

#2.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A경위의 관심 지역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이다. 2004년께 이곳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중국계 폭력조직이 계속 세를 불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계 조폭은 현재 흑룡강파 등 8개파 20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가리봉동 지역 유흥업소와 직업소개소를 완전 장악했다. A경위는 "중국계 조폭이 인근 신대방동은 물론이고 강남과 동대문 지역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여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만의 '게토'를 만들어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5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체류자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장기 거주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금융ㆍ숙박ㆍ유흥업소 등 3차 산업이 집단거주지에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안산 원곡동과 구로구 가리봉동 등 외국인 거주지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 사는 외국인은 사실상 한국 공권력의 공백지대에 놓여 있다.

하왈라가 대표적이다. 연간 3,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서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의 본국 송금액 대부분이 한국의 제도권 금융을 거치지 않고 하왈라를 통해 국외로 유출되고 있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2004년 이후 송금액 기준으로 400억~500억원 규모의 하왈라 조직을 매년 적발하고 있으나, 워낙 은밀하게 운영되는 바람에 발본색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폭의 등장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정주(定住) 현상을 촉진시키고 있다. 중국계 조폭은 속칭 '바지사장' 형태로 한국인 명의를 빌려 가리봉동 일대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불법 체류자를 숨겨주고 장기 거주토록 하고 있다는 게 경찰 분석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와 인터넷 방송사까지 만들어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노조원들은 지난해 11월 노조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단속에 걸려 강제추방의 위기에 놓이자 간부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99일간 농성을 벌였다. 또 이런 사실을 인터넷방송(migrantsinkorea.net)을 통해 알리기도 했다.

정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빠른 속도로 정착하자 강경 대응하는 쪽으로 일단 가닥을 잡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관련 자료를 통해 "한국에 뿌리 내린 외국인이 본국의 가족과 친척을 데려와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저소득층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프랑스, 미국, 호주 등에서 발생한 이민자 폭동ㆍ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방침을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외국인이주 노동운동연합회 우삼열(37) 사무처장은 "한국이 다민족 국가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부와 한국인은 이제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포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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