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전략기획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59년 고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로 출발한 지 50년 만이다.
전략기획실은 선단식 경영의 ‘모함(母艦)’이었다. 오너의 개인비서 기능에서부터 그룹간 현안조율, 중장기 경영계획수립, 투자결정, 인사, 예산수립 및 자원배분까지 손대지 않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 삼성의 ‘두뇌’이자, 이건희 회장의 ‘손발’인 셈이다. 특검에서 드러났듯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주도한 곳도 전략기획실이었고, 결국 이로 인해 50년 역사를 마감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타 재벌 그룹들이 기획조정실(기조실)이란 이름을 쓰던 것 과는 달리, 삼성은 ‘비서실’명칭을 외환위기 전까지 고수했다. 이후 재벌구조개혁 과정에서 ‘구조조정본부’로 개편됐다가 X파일 사건이 불거진 2006년 지금의 전략기획실로 전환됐다.
삼성에서 전략기획실은 가장 힘있는 곳이다. 오너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데다,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 치면 청와대 같은 곳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삼성은 예로부터 비서실의 파워가 훨씬 막강했다. ‘관리의 삼성’이란 말도 결국은 비서실로부터 시작되는 통제능력과 맞물려 있다.
그러다 보니 전략기획실장(옛 비서실장)에도 자연스럽게 힘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고 이병철 회장 시절 ‘전설적 비서실장’으로 꼽히는 소병해씨(작고)가 그렇고, 현 이학수 실장(부회장)이 그렇다.
앞으로 대외적으로 그룹 좌장 역할을 맡게 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도 비서실장 출신이고, 최근 차명계좌 존재를 폭로했던 현명관씨도 비서실장을 거쳤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룹내 2인자’란 평가가 공공연했고, 힘의 지나친 쏠림과 전략기획실의 관료화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들리곤 했다.
현 전략기획실은 이학수 실장 밑에 전략지원팀(팀장 김인주 사장)과 기획홍보팀(팀장 장충기 부사장), 인사지원팀(팀장 정유성 전무) 등 3개팀을 두고 있다. 전략지원팀은 재무(최광해 부사장)와 감사(최주현 부사장), 기획홍보팀은 기획(장충기 부사장)과 홍보(윤순봉 부사장)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조정본부에서 전략기획실로 전환되면서 조직과 인원이 크게 축소된 상태다.
경영권 불법승계와 차명재산관리의 주역이란 오명을 쓰고 간판을 내리게 됐지만, 전략기획실의 순기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삼성이 오늘날의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전략기획실의 역할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계열사간 효율적 자원배분, 엄격한 기강관리, 철저한 인사시스템 등 삼성특유의 강점을 작동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전략기획실”이라고 말했다. 삼성 내에선 전략기획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내려지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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