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의 음악 페스티벌을 보러 나가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체로 유명 음악 축제들이 여름 휴가철에 집중되다 보니 한여름에 유명 관광지에서 열리는 것이란 편견도 생긴 듯하다.
그러나 일관된 주제와 뛰어난 연주가 있고 체계적인 진행이 뒷받침한다면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훌륭한 페스티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약칭 SSF)는 올해로 겨우 3회째를 맞는 실내악 페스티벌이다. 5월 2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도심 한복판의 여러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4월 26일부터는 그 예비에 해당하는 프린지 페스티벌도 있다.
SSF의 역사는 짧지만 지난 2년간 이미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우선 출연진의 수준이 무척 높아서 국제적인 눈높이에 맞추어도 손색없는 페스티벌이란 신뢰가 형성되었다.
예술감독 강동석을 위시한 국내 연주자들의 경우 특정 대학 교수진이 주축을 이루었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일사불란한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페스티벌의 위상이 확보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다방면의 연주자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해외 출연자들의 면면은 더욱 화려할 뿐 아니라 대중적이고 기발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팀까지 참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SSF가 짧은 시간에 자리 잡은 비결로는 뛰어난 조직위원회를 빼놓을 수 없다. 음악인들은 연주에 전념하는 대신 예술을 사랑하는 교수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기획을 맡아 거의 자원봉사자처럼 헌신한다.
또한 수백명의 ‘SSF 프렌즈’는 이 페스티벌에 안정적인 힘을 보태주는 일종의 후원회로서 음악을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서울문화재단 역시 이 축제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주최자로서 든든한 역할을 해왔다. 조직위원회는 ‘세계 최고의 실내악 축제’를 지향한다는 원대한 비전과 체계적인 전략으로 이끌고 있으며, 벌써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7월에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 축제를 연다.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봄은 사실 5월이 아니라 4월이다. 4월에 열린다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라는 이름에 더 어울리겠지만, 이때는 예술의전당의 교향악축제가 있으니 일정을 앞당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4월에는 교향악축제에서 전국 각지의 오케스트라를 만나고, 5월에는 세계적 수준의 실내악을 즐길 수 있으니 문화시민에게는 더 좋은 일이다.
게다가 SSF는 티켓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꼭 많은 돈을 들여 해외로만 나갈 것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보석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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