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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주에서 본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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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주에서 본 한반도

입력
2008.04.2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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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선명한 색조로 아름다움이 넘쳐 났으며 옅은 푸른빛이었다.” 1961년 4월 12일 인류 최초로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공간에서 유리 가가린이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지만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은 신비스럽고도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세계의 갑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2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우주관광에 나서는 것도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엑셀과 워드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 기업가 찰스 시모니는 지난해 우주여행을 다녀온 뒤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 태양계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지구에서 64억㎞ 떨어진 곳에서 보내온 지구 사진은 또 다른 느낌을 인류에게 제공했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과학칼럼니스트 칼 세이건은 그 느낌을 담은 책 <창백한 푸른 점> 에서 지구를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에 불과하다고 했다.

수 천년 인류사의 온갖 사건과 지금 이 순간 인간들의 사랑과 증오, 갈등, 고민도 이 티끌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일 뿐이다. 임종 순간까지 무신론자로 남기를 고집했던 세이건이지만 인류의 운명을 통찰하고 걱정하는 데선 종교적 숭고함이 느껴진다.

▦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엊그제 지구로 귀환한 직후 “우주에서 본 한반도는 하나였다”고 말했다. 귀환 우주선을 타기 직전 창문으로 내려다 볼 때 마침 한반도 상공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 때 느낀 소감이다. 그 높이에서 당연히 한반도 허리를 가로 지르는 철책선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비행사 양리웨이는 2003년 비행 성공 후 “지구는 아름다웠지만 만리장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해 중국인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이씨의 ‘한반도는 하나’라는 말은 새삼 분단 현실을 돌아보게 하며 뭉클한 감동을 준다.

▦ 귀중한 경험을 한 이씨가 앞으로 일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도 우주기술 개발의 필요성 등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과학홍보대사로서의 활동이 기대된다. 강연과 강의, 인터뷰가 줄을 이을 테고 우주인 훈련, 우주비행을 수행하면서 경험한 내용 등을 담은 책도 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에 더해 우주 공간에서 느꼈던 ‘한반도는 하나’라는 감동도 함께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끼리’ 등 이 땅에서 횡행하는 그 어떤 구호보다도 우리가 하나임을 체험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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