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스페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발탁돼 화제를 모은 카르메 차콘(37) 국방장관이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전장에 파견된 자국군을 위문차 전격 방문해 재차 전세계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다.
차콘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대테러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스페인군을 시찰하기 위해 현지에 도착했다. 국영 라디오 방송 RNE이 전한 바에 따르면 차콘 장관의 아프간행에는 10시간여의 장기 항공 여행에서 오는 불상사를 우려해 주치 산부인과 의사와 의료진을 대동했다고 한다.
차콘 장관은 스페인군이 배치된 헤라트주에서 수시간 정도 머물면서 현지 부대장으로부터 자국군의 임무에 관한 상세한 브리핑을 받아 군을 담당하는 각료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또 오랜 전화로 피폐한 아프간 전국에 세워진 민군(民軍) 조직 가운데 하나인 바기스주 재건팀을 맡고 있는 스페인의 활동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헤랄트 기지내 병원을 찾아 스페인군 병사들을 위로했다. 스페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주도의 국제치안지원부대(ISAF)를 구성하는 국가중 하나로 헤랄트주에 약 750명의 병력이 이탈리아군과 함께 배치돼 있다.
차콘 장관은 수일내에 레바논에 파병돼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스페인군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여성 각료가 과반수를 넘는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여당 사회노동당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추켜 세웠을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그는 사파테로 1기 정부 때 주택장관으로 일하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택지원 정책 등을 펼치는 등 탁월한 수완을 발휘한 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 총선 시 고향에서 사회노동당에 압도적인 지지표를 이끌어 국방장관에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간 전통적인 남성 우위사회인 스페인에 사회 변혁의 바람을 일으켜온 사파테로 정부에서 양성평등의 심벌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취임식에서 차콘 장관은 편안한 임산복을 입고 육해공군의 사열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그의 국방장관 취임을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보수 언론과 재향군인들은 군사적 배경이 전혀 없는 인물을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중요 직책에 임명한 무책임한 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1971년에 카탈로냐에서 태어난 차콘 장관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영국과 캐나다에 유학한 경력도 있으며 1999년 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명문 바르셀로나 대학의 헌법학 교수로 재직했다.
차콘 장관은 2000년 하원에 첫 진출한 데 이어 2003년 사회노동당 대변인을 맡았고 2004~07년 의회 수석부의장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
그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국제감시단원으로 보스니아와 알바니아에서 활동한 전력도 갖고 있다. 스페인 언론은 불룩한 배로 아프간을 찾은 차콘 장관의 사진이 공개되자 그가 막중한 국방장관의 업무를 채 익히기도 전에 16주의 유급출산 휴가를 떠날 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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