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에 ‘이 건물주는 악덕 사채업자’라는 낙서를 한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A아파트 입주민 박모씨와 이모씨는 2006년께 건축주로부터 아파트를 매입한 B씨가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고 명도소송에서 이기면서 강제 퇴거를 당하게 되자 다른 주민들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박씨 등은 이어 아파트 주차장에 가건물을 지어놓고 비대위 사무실로 사용하고, 아파트와 주차장 벽에 매직 및 스프레이로 ‘이 건물은 사기꾼 B씨와 재판 중이니 사기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악덕 사채업자야 각성하라’는 등의 낙서를 했다.
박씨 등은 명예훼손과 공동재물손괴, 주차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고 검찰이 명예훼손죄를 모욕죄로 변경한 항소심에서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소송절차를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데도 벽에 낙서를 한 것은 긴급성 내지 보충성이 없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은 옳다”며 모욕죄를 적용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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