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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이러스 도시

입력
2008.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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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존슨 지음ㆍ김명남 옮김/김영사 발행ㆍ310쪽ㆍ1만4,500원

1854년의 런던은 폭발적 인구 증가로 거대도시로 성장했지만 그를 감당할 하부구조가 없었다. 하층민이 사는 지역은 쓰레기와 배설물, 악취로 뒤덮였고, 뼈 수거인, 분뇨 수거인 같은 청소부의 숫자가 10만명에 달하는 청소부들의 도시였다. 그 해 여름, 런던 빈민가인 소호 지역의 브로드 가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무섭게 번져나간다.

구토와 근육경련, 격렬한 복통 후 자그마한 흰 알갱이들이 둥둥 뜬 물이 장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하룻밤 사이 체중의 10%가 빠지고 얼굴이 쪼그라들고 피부는 시퍼렇게 질리고 눈은 움푹 꺼지지만 정신만은 말짱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 병은 불과 24시간 만에 7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열흘 뒤에는 진앙지로부터 반경 225m 이내 거주자 5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시체를 산더미처럼 실은 마차가 거리를 가로질렀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비롯한 당시 저명한 의료계 인사들은 콜레라가 오염된 공기를 통해 퍼진다는 독기(毒氣)론을 정설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의심을 품었던 의사 존 스노는 유례없이 삽시간에 콜레라가 번진 브로드 가를 주목한다. 또 한 사람, 브로드 가의 토박이로 발로 뛰며 지역 주민들을 돌봐온 목사 헨리 화이트헤드가 그를 돕는다.

두 사람은 결국 콜레라가 수인성(水因性) 질병이며, 브로드 가의 참혹한 전염병은 그곳의 우물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밝혀내고 펌프 손잡이를 제거하기에 이른다. 콜레라 발병 후 열흘 뒤의 일이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마치 탐정 소설이나 스릴러 영화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역사적 사실을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저자는 빼어난 필치로 도시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책은 브로드 가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존 스노’라는 이름의 술집이 남아있는 그 거리를 찾은 저자는 조류인플루엔자처럼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상기시키며 150년 전의 사건을 현재로 연결시킨다.

“브로드 가 사건은 우리에게 한편으로 궁극의 위안을 준다. 우리 앞에 놓인 위험이 아무리 심대하더라도 풀어볼 만한 숙제일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미신이 아닌 과학의 목소리를 듣고, 반대 의견에 늘 귀를 기울인다면 말이다.” 책의 원제는 ‘유령의 지도’(The Ghost Map).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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