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방미길에 동행한 힘이 컸던 탓일까. 메가뱅크를 둘러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한판 대결은 전 위원장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표현에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산업은행 단독 민영화’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확실히 설득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메가뱅크’방안을 밀고 있는 강 장관을 제치고 방미 일정에 동행키로 했을 때부터, 관가에선 전 위원장의 승리를 예상했다.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산업은행) 조기 매각방안의 손을 들어줬다”며 “메가뱅크안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이야기 했다. 메가뱅크에 대해 똑 부러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산은 민영화에 대한) 주무부처는 금융위”라는 말로 간접적으로 재정부에 불만을 표시해왔던 것에 비하면 직설화법이다.
그 동안 ‘메가뱅크’VS ‘산은 단독 민영화’방안의 힘겨루기가 장기간 지속됐던 이유는 대통령이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유가 컸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강만수 장관이 메가뱅크 방안의 당위성을 주장하자 “규모면에서의 경쟁력이 대두되고 있으니 그 제안(메가뱅크)도 같이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금융위의 방안이 밀리고, 메가뱅크 방안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메가뱅크의 부작용에 대한 검토안을 집중 수집하고, 대통령 설득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메가뱅크’ 방안은 민영화를 늦추는 결과만 낳는다는 금융위의 주장에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였고, 이번 방미길에서 전 위원장은 대통령의 의중을 최종 확인했다. 재정부는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용역연구를 의뢰해 놓은 상태지만,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미련을 버려야 할 상황이 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