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사흘째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국 정ㆍ관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체결을 강조했다. 물론 양국의 동맹강화를 위한 비전도 제시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대한(對韓) 투자를 이끌어내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였다면, 이날은 국가의 안보와 동맹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최고 통수권자 역할이었다.
딕 체니 미 부통령과 오찬
이 대통령은 이날 부통령 관저에서 1시간 동안 이루어진 오찬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중심에서 경제ㆍ통상ㆍ사회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FTA가 조속히 발효되도록 의회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도 가속화해 양국관계 발전의 틀을 확충하자”면서 “특히 중국이 한국의 제1 무역 파트너가 되고 있는 만큼 미국도 FTA를 통해 한미간 무역을 신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니 부통령은 “한미동맹의 강화 및 발전을 기대한다”고 공감을 표시한 뒤 “북핵 문제는 미북 만의 이슈가 아니기에 6자회담에 참여하는 5개국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ㆍ하원 의회 지도부 릴레이 간담회
오찬 이후 워싱턴 의회의사당으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의장 등 하원 지도부, 미치 맥커넬 공화당 원내대표 등 상원 지도부와 만나 ‘한미 FTA 비준=공동 이익“이란 등식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하원지도부 간담회에서 “올해 초 미 의회가 저의 ‘당선축하 결의안’을 채택한 데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한 뒤 “한미 FTA가 한미관계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기에 미 의회가 여야를 초월해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쇠고기 수입 문제와 양국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한미 FTA 비준에 부정적인 펠로시 의장은 FTA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상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는 한미 FTA와 함께 북핵 문제, 북한 정치범 및 식량문제, 황사 등이 주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 상공회의소와 한미 재계회의가 공동 주최한 만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에 있는 외국기업들도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보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이 대통령 내외는 18일 오후 캠프데이비드로 이동한 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환대를 받으며 1박2일간의 정상회담 일정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첫 방문인 캠프데이비드에서의 일정은 세부적으로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파격적으로 그때그때 두 정상의 의사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만찬은 두 정상 내외가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갖는 자리로 식탁에는 의자 6, 7개만 준비되며 서로의 인생철학이나 과거 경험 등을 주제로 가벼운 대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만찬 전후로 부시 대통령 내외가 애완견인 바니와 비즐리, 애완고양이 인디아 윌리 부시를 소개하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로라와 바니만이 나를 지지해도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애완견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둘째 날 오전에 열리는 정상회담에는 대변인을 포함해 양측에서 각각 6~7명이 배석할 예정. 회담 이후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언론회동’ 형식을 통해 회담 결과가 발표된다.
세 번째 회동인 오찬은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김 여사와 로라 여사가 별도로 갖는다. 두 정상은 오찬에서 주로 지구온난화 등 범세계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두 퍼스트 레이디는 문화 예술 보육 문제 등을 환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주고받는 선물 품목도 관심 대상. 이 대통령은 대나무에 물소뿔, 소힘줄, 뽕나무, 참나무, 벚나무 껍데기 등을 덧댄 고려시대의 활인 중요민속자료 35호인 ‘각궁(角弓)’을 준비했다.
답례로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이름 영문 이니셜(MB)이 적힌 가죽점퍼를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로라 여사에게 백자로 만든 부부 커피잔 세트와 함께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 내외의 딸 제나를 위해 나무 기러기 한 쌍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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