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삼성동 자택에서 보낸다. 외출도 거의 없다. 12일 대구에서 올라온 뒤 공식행사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폭풍 전야의 고요가 느껴지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에겐 두 가지 문제가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친박(親朴)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와 7월 전당대회 출마여부다.
박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측을 향해 친박 당선자들의 조건 없는 복당부터 요구했다. “복당 거부는 공천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는 총선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이례적으로 입장 발표가 신속했고 강했다.
그러나 주류측 반응은 부정적이다. 기껏해야 “전당대회가 지나고 나서 검토해 보자”는 반응이 고작이다.
박 전 대표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만간 모종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양정례씨 문제로 동요하고 있는 탈당 당선자 중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행동통일’을 당부한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친박 인사들의 복당에만 집착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통령과 늘 각을 세우고, 정쟁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은 보기 좋지않다. 계보 챙기기만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7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한 측근은“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출마 문제를 본인의 유ㆍ불리를 떠나서 당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이는 주류측의 당 운영에 대한 비판과 투쟁의 성격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전당대회 출마도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와 얽혀있다. 박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조만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친박 복당과 박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별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얽혀있는 문제, 즉 ‘협조냐 투쟁이냐’의 선택과 맞물린 것이다. 만약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화합 쪽으로 방향만 잡으면 두 과제는 ‘원샷’으로 해결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한나라당이 다시 깊은 내홍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이 미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어떤 식으로든 박 전 대표와 대화를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선택과 한나라당의 당권 구도도 얼개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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