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조한승이 후지쓰배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개선했다. 12일과 14일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제 21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본선 1, 2회전에서 조한승은 야마다 다쿠지(7단)와 야마시다 케이고(9단) 등 일본 선수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 밖에 전기 대회 우승자 박영훈과 준우승자 이창호, 랭킹 1위 이세돌까지 모두 4명의 선수가 나란히 8강에 올라 지난 1998년 11회 대회 이후 이번까지 11년 연속 우승 전망을 밝게 했다.
후지쓰배 8강전은 6월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데 이창호와 요다, 박영훈 - 창하오, 이세돌 - 구리, 조한승 - 류싱이 각각 대결한다.
8강전에 진출한 한국 선수 4명 모두 누가 우승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강자들이지만 이 가운데 특히 국내 바둑팬들의 주목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조한승이다. 아직 후지쓰배 우승 경험이 없는데다 더욱이 젊은 프로 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병역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1982년생인 조한승은 군 입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오는 8월께 입영 통지서가 날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대학 진학 등으로 입영을 미뤄왔지만 이제는 나이가 꽉 차서 더 이상 연기가 쉽지 않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젊은 프로 기사들에게 군 입대는 치명적 제약이다. 그 동안 숱한 신예 강호들이 군복무를 마친 후 재기하지 못하고 정상의 길에서 밀려났다.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최철한 박정상 목진석 등 현재 잘 나가고 있는 강자들은 모두 이런 저런 사유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행운아들이다.
조한승은 더구나 지금 '홀몸'이 아니다. 2008한국바둑리그에서 신생팀 티브로드의 주장을 맡고 있다. 만일 시즌 중에 입대를 하게 된다면 티브로드는 엄청난 전력 손실이다. 자칫 후기 리그 경기를 거의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 조한승에게 아직 한 가지 길이 남아 있다. 후지쓰배 결승에 진출하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양증권배, 응씨배, 후지쓰배 등 3개 세계 대회 결승 진출자는 병역 대체 복무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1994년 이창호의 병역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면서 개정된 것으로 1995년 이창호가 첫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그 후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동양증권배는 없어지고 LG배, 삼성화재배, 춘란배, 도요다덴소배, 중환배 등 새로운 국제 기전이 잇달아 신설되는 등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그렇지만 관련 규정은 요지부동이어서 최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기원이 수차례 문광부와 병무청에 병역특례대상 기전을 응씨배와 동양증권배 대신 LG배와 삼성화재배로 교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별 성과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LG배나 삼성화재배 등 한국이 주최하는 초대형 국제 기전은 제쳐놓고, 대신 대만과 일본이 주최하는 대회 결승 진출자에만 병역 특례 혜택이 주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초 '괴물 초단' 한상훈의 LG배 준우승을 계기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됐지만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 지나가 버렸다.
아무튼 조한승으로서는 이번 후지쓰배가 합법적으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8강전이 6월 7일,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7월초에 열리므로 시간도 딱 알맞다. 대진운도 괜찮은 편이다.
8강전 상대인 류싱이 올해 중국 최대 기전인 창기배서 준우승하는 등 제법 잘 나가는 신예지만 그래도 구리나 창하오보다는 훨씬 쉬워 보인다. 컨디션도 좋다.
올해 성적이 10승 3패. 국내 최대 기전인 명인전 본선 리그에서는 2승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부족한 2%를 꽉 채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조한승의 이 같이 절실한 사정은 이미 국내외 바둑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후지쓰배 8강전 대진표가 발표되자 인터넷바둑사이트에는 벌써부터 "조한승이 류싱을 이기고 준결승전에 진출해서 한국 선수와 맞붙게 된다면 무조건 져 줘야 한다"는 열성팬들의 '협박성 응원'이 오르는가 하면 "한국 선수가 모두 4강에 진출하면 아마 일부러 조한승에게 져 줄지도 모른다"는 중국 네티즌의 '예상 기사'가 게재되는 등 많은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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