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로 조만간 LA갈비 등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될 것으로 알려지자 전국 축산농가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한우농가들은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값도 크게 오른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몰려오면 한우 생산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며 정부에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있다.
한우농가들 "자포자기"
6,000여 농가에서 5만2,00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경북 경주의 축산농가들은 자포자기한 표정이다. 경주 외동에서 50마리의 한우를 키우는 남호진(49) 씨는 " 사료값이 지난 가을보다 50% 이상 오른 반면, 산지소값은 1년 전보다 40만∼50만원 내렸는데 이젠 대책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삼호(49) 경주축협조합장은 "미국산과 호주산이 저가 경쟁을 벌이면 국내산 쇠고기는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하고 "한우농가는 말할 것도 없고, 돼지고기 대신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게 돼 돼지사육농가의 타격도 극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에서 소 60마리를 사육하는 농민 이두원(45)씨는 "진작에 때려치웠어야 했는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재영(50) 전남 함평한우고급육회 회장도 "생산비를 줄이려면 배합사료를 적게 먹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고급육 생산이 어려워 진퇴양난"이라고 걱정했다.
투매-가격 폭락 악순환 우려
농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사육농가의 투매가 잇따르고 결과적으로 가격폭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18일 경주시 외동 입실 우시장에서는 5일 전보다 한우의 가격이 20만~30만원 폭락하는 등 벌써부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 경남 김해도축장에서는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이날에는 10마리 이하의 소규모 축산농들이 사육을 포기하면서 도축 물량이 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집단반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경남지역 농업인단체연합회 조현삼(43) 사무국장은 "정부의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각 지역에 내걸고 경남지역 3,700여 농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한우협회 경남지회 정호영(55) 회장은 "정부에서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급육 생산으로 위기 돌파" 전문가들은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고급 한우 브랜드를 키우고, 사료생산기지를 세우는 등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송모(48ㆍ경북 안동시)씨는 "우리 땅에서 제대로 키운 한우의 제 가치만 인정 받는다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며 "이를 위해 보다 철저한 원산지표시제와 생산이력제 등을 실시하고 위반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삼호 경주축협조합장은 "근본적으로 사료안정기금마련과 해외에 사료생산기지를 만드는 등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충해 사육비를 줄이면서 고급육을 생산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이준호기자 junhol@hk.co.kr안동=권정식기자 kwonjs@hk.co.kr
박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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