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8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강연을 갖고 대화를 통한 인류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아무리 다양한 사회에서도 근저에 깔린 도덕성이 그 사회를 인도하는 힘이 돼야 한다"면서 "선진국이 개발 도상 국가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강연회에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접을 받았으며 유엔본부 건물 주변에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교황을 환영했다. .
베네딕토 교황은 전날 워싱턴에서 대규모 군중 미사를 집전한 뒤 미국내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추행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등'치유와 화해'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베네딕토 교황은 워싱턴 주재 교황청 대사관내 소성당에서 6명의 성추행 피해자들을 25분간 만나 "용기를 잃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위로하고 함께 기도했다고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 대변인이 밝혔다. 베네딕토 교황은 피해자들을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만났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교황 알현 도중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베네딕토 교황은 워싱턴 내셔널파크 야구경기장에서 거행된 대규모 미사에서 미국 내 사제 성추행에 대해 거듭 사죄하고 미국 가톨릭 교회의 치유와 쇄신을 촉구했다. 교황은"약자에 대한 성학대의 결과로 미국 교회가 겪은 고통을 인정한다"며 "그 추행으로 피해자에게 가해진 고통과 손상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사죄했다.
교황은 이어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애정어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분 모두가 치유와 화해를 이루고 상처받은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미사에서는 재미동포인 얼라이드테크놀로지 이덕선 회장이 "온 세상 어린이들이 건강과 좋은 가정을 갖는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며 한국말로 신자 대표기도를 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미국인들에 대해선 "희망은 미국인들의 특성이고 미국인들은 언제나 희망의 사람들"이라고 축복했다. 미사는 미 CNN 방송 등이 생중계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오후 미국 내 타종교 지도자들과 종교간 대화를 갖고 18일 오전 다음 방문지인 뉴욕으로 이동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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