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특변’,‘특판’이 더 어울리지 않아?” 18일 출근길 전철 안에서 회사원 2명이 삼성 특검 수사결과를 두고 나눈 대화 중 한 대목이다. 삼성 관련 의혹들을 규명해야 할 특검팀이 오히려 피고인들을 대변한 ‘특별변호사’, 국가경제에 끼친 공헌을 감안해 불구속 처분을 내린 ‘특별판사’역할에 충실했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실제 조준웅 특검은 17일 수사결과 발표후 3시간 동안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지면서 그런 의심을 살만한 언급을 적잖이 했다. 우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이유로 조 특검은 “특수성을 감안한 평등성 원칙”이라는 독특한 표현을 썼다. 보편적으로는 구속해야 하지만 ‘기업경영의 공백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불구속한다는 의미다. 차명계좌에 대해서는“차명 그 자체로는 엄청난 범죄가 아니다. 여러분(기자) 중에도 차명(계좌)이 있지 않느냐”라고까지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로비 대상자였다고 지목한 임채진 검찰총장,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내사 종결 처리한 데 대해 조 특검은 “해명서를 보니 더 이상 물어 볼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특검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떡값(의혹) 인사’들이 어떤 내용의 해명서를 보냈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삼성에서 보낸 500만원의 돈뭉치를 증거로 제시한 이용철 변호사 건에 대해서는 “수사기한이 특정돼 있어 (수사를)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어 확인 안된 상태로 둔다”는 기상천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특검은 2000년 총선 당시 삼성 직원이 1억원의 돈가방을 들고 찾아왔다는 추미애 의원에 대해서도 진술서 한장만 받고 종결 처리했다. 더구나 삼성의 전방위 로비 의혹 부분은 검찰에 넘기지도 않았다. 그러자 수뇌부의 떡값 수수 의혹에 곤혹스러워 하던 검찰은 “더 이상 수사할 이유가 없다”며 즉시 화답했다. 수사가 미진한 대목은 검찰에 넘길 수 있도록 규정한 특검법 규정을 특검과 검찰이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의심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특검은 특검법에 대한 일장 훈시로 기자들과 벌인 3시간 동안의 질의응답을 마무리했다. “나는 이런 방식의 특검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특검의 수사대상이 정해진 바 없고 개인적 문제에 대해 국회가 특검을 지정해 수사ㆍ처분하라는 법을 만드는 것(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냐.” 조 특검은 과연 특검 역할에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박상진 사회부 기자 okom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