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대방의 대북 정책이나 구상에 동의함으로써 이명박 정부 하에서의 한미 공조 토대를 닦았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으며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폐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한미 양국이 모두 공감하는 북 핵 해결의 원칙론에 해당한다.
한국측은 나아가 북미간 싱가포르 잠정 합의에 대해서도 미측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미국 내 강경파의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미측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줬다. 미측은 화답으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한 이 대통령의 ‘비핵ㆍ개방 3000’구상에 대한 지지를 밝혔고 남북간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에 대해서도 환영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이 같은 미측의 지지는 남북간 상호주의를 강화하려는 이 대통령 정책 기조에 미측이 동의를 한 것으로 해석되며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전술에 한미가 공동으로 대응, 이를 무력화화자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면서 미국 일변도의 대화를 고집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북 핵 신고 문제에 대한 북미 합의에 대해서는 총론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싱가포르 잠정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보다 유보적인 입장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이 “미국측 얘기를 들어보니 핵 신고 및 검증 문제와 관련해 미측이 적당히 넘어갈 것 같지 않다”고 말한 것은 싱가포르 합의를 승인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는 미측에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거듭 요구하면서 검증의 문제를 특히 강조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성실한 신고를 위한 막바지 압력을 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미간에는 현재 싱가포르 잠정 합의를 보완하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22일부터 방북하는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북한으로부터 어떤 것을 얻어오느냐에 따라 싱가포르 합의의 운명도 판가름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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