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생각보다 훨씬 우리를 우방으로서 예우를 해줬다는 점에서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핵 능력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세계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온 그 동안의 한미 정부 입장과는 뉘앙스가 다른 것이다.
이 대통령 발언의 민감성을 인식한 유명환 외교장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등이 구수회의 끝에 이 대통령에게 발언 정정을 위한 쪽지를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국제법상으로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며 특파원들에게 정정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 여부는 6자회담을 통해 신고ㆍ검증되는 과정에 정확하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_내년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에 대비한 한미 관계 강화 방안은.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한미 관계는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이다. 이번에 미 대선주자들을 만나지 않았지만 귀국하면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려고 한다.”
_아프간 재파병 문제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도 논의됐나.
“논의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본국에 가서 정치적으로 곤란해질 문제는 얘기하지말자’고 했다.”
_일부 미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문제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자동차 분야는 FTA 협상과정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끌었던 문제다. 다시 조정할 것은 없다.”
_북한의 거부가 예상되는데도 남북연락사무소 개설을 제의한 이유는.
“북한이 과거에 거부했더라도 바른 생각이면 계속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_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한국도 수용하는가.
“북 핵 신고는 6자회담의 공동사항이고 한국만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미 대표단이 내주 방북하고 돌아온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적당하게 넘어갈 것 같지 않다.”
_정상회담의 점수가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
“저는 점수를 매길 수 없고 부시 대통령은 90점 이상 매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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