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17일 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큰 혼란 없이 일정을 마쳤다. 인도에는 중국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티베트인들이 다람살라를 중심으로 10만명이 살고 있고, 뉴델리에도 5,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어 이번 해외 성화봉송의 최대 난코스로 꼽혀 왔다.
AP통신,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델리에서는 이날 새벽 성화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십명의 티베트 망명자가 반중 시위를 하는 등 하루 종일 시위가 이어졌다.
인도 경찰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병력을 대거 투입, 삼엄한 경비를 펴면서 일반인의 접근을 봉쇄했다. 성화가 대통령궁, 의회, 정부 부처 건물이 밀집한 행정중심지역으로 지나가자 경찰은 1만 5,000여명을 동원, 이 지역을 완전 통제하고 시민들에게 참관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인근 건물의 옥상을 폐쇄됐다.
당초 9㎞였던 봉송 구간도 2.3㎞로 줄었다. 때문에 인도의 크리켓 영웅 사친 텐둘카 등은 봉송을 포기했고 다른 주자들도 성화를 '베이징 인플루엔자'로 비하하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스스로 물러났다. 이날 인도 경찰은 뉴델리와 뭄바이에서 시위를 벌인 티베트인 200여명을 연행했다.
인도 정부는 런던, 파리 등에서 벌어진 불상사를 감안, 봉송 개시 시간과 성화 보관 장소를 밝히지 않았고 봉송 구간 주변에 어른 키보다 높은 철제 장벽 등을 설치해 현지 주민들과 언론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자유티베트학생회의 관계자는 "인도 정부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인의 비폭력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티베트 망명정부 인사와 승려, 티베트독립운동 지지자 등 1,000여명은 이날 뉴델리에서 '자유 티베트'로 명명된 별도의 성화봉송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뉴델리 시내 마하트마간디 기념관에서 티베트의 해방을 기원하며 성화에 불을 붙이고 전통 춤을 춘 뒤 봉송을 시작했으며 주요 도로를 관통하면서 "자유 티베트"를 외쳤다. 별도 봉송에는 조지 페르난데스 전 인도 국방장관 등 인도측 인사도 대거 참가했다.
이날 봉송에 앞서 티베트 망명정부는 티베트인들에게 비폭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일부 망명자는 성화 탈취 계획을 밝히기도 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최근 급속히 가까워지는 중국과의 관계를 반영해 뉴델리에서 성화봉송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 시위는 해외 성화봉송을 둘러싼 중국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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