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팀이 1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을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하면서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만만치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법원이 어떤 형을 선고할지, 특검팀과 변호인단이 얼마나 팽팽한 공방을 벌일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등이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팀은 CBㆍBW 저가 발행 과정에 이 회장의 승인과 지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 회장은 "에버랜드 사건 당시 계열사에 지분인수 포기를 지시한 기억이 없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이들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의 진술 외에는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 재판부가 진술과 증언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좌우될 전망이다.
에버랜드 CB의 적정 주식 전환가격에 대한 법원 판단 역시 핵심 쟁점이다. 2003년 에버랜드 전ㆍ현직 사장의 기소만으로 진행됐던 재판에서 1심 법원은"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배정받은 주당 7,700원보다는 높지만 정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적정가격은 최소 주당 1만4,825원이며, 이로 인해 피고인들이 에버랜드에 끼친 손해액은 89억원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의 판단과 동일한 8만5,000원을 적정가로 제시했다.
회사에 끼친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어설 경우 피고인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적용받게 돼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재판부가 특검팀 판단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이 회장 등이 에버랜드에 끼친 손해액은 969억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상당한 정도의 중형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1,1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도 주목된다. 차명계좌에서 관리되던 거액의 자금을 비자금이 아닌 은닉 수익으로 보고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법적용이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쟁점들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법원은 특검팀의 기소가 이뤄진 직후인 이날 오후 관련 사건들을 모두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민병훈)에 배당했다.
삼성 특검법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기소 이후 3개월 내에 재판을 끝내야 한다. 항소심과 상고심 재판 기한도 각 2개월씩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사법부는 내년이 되기 전에 이 회장 등 기소된 10명의 삼성 고위직들에 대한 확정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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