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기구가 아기 젖병, 물병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인 비스페놀 에이(BPA)의 암 유발 가능성을 인정, BPA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BPA는 젖병, 물병, 식기, CD 등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 호르몬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독극물 연구소(NTP)는 15일 동물 실험 결과 비스페놀 에이가 유방암, 전립선암, 조숙증, 행동장애 등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연구소는 실험용 쥐에 BPA를 소량 투입한 결과 비뇨기 계통에 초기 암증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BPA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 기구가 BPA의 유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용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미 식품의약국(FDA)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식품의약국은 그동안 ‘소량의 BPA 노출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BPA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식품의약국이 BPA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수많은 보고서는 무시하고 플라스틱 업계의 지원으로 실시된 두 가지 연구결과만을 채택, 업계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단체들과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식품의약국에 BPA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미 하원의 에너지 통상 위원회 존 딩겔 위원장은“이번 연구결과는 BPA가 안전하다는 식품의약국의 얼굴에 한 방을 날린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식품의약국이 입장을 재검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캐나다 보건당국은 세계에서 공식적으로는 처음 BPA를 위험물질로 규정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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