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7일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폭로로 시작돼 100일 가까이 진행된 특검 수사가 막을 내리자 그 동안 입은 상처만큼 쓰라림과 허탈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그 동안 그룹 전체를 옭아매었던 덫에서 풀려난 듯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자는 새 출발의 의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삼성 임직원들은 우선 특검수사 결과,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과 불법 로비 의혹 등 민감한 사안이 대부분 무혐의로 귀결됐고, 임직원 중 구속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임직원들은 특히 특검의 수사발표 내용중 그룹의 비자금에 대해"현실적 여건과 법적 제도적 장치간 괴리와 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이란 발표를 주목했다.
비자금 조성을 '시대적 산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다. 그룹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번 특검을 계기로 삼성이 글로벌 기업에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분명한 전환점이 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이번 수사발표가 그동안 미뤄온 경영활동을 본격 재개하는 분명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특검 때문에 올 경영 계획을 수립하기는커녕 인사도 뒤로 미뤄야 했고 주요 투자 계획도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실추된 대외 신뢰도의 조속한 회복에 대한 우려의 분위기도 분명했다. 그룹 본관이 압수수색 당하고 이건희 회장이 소환되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해외 거래선들은 삼성의 투명성과 비즈니스 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냈던 것. 이 때문에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등 그룹 고위 경영진들은 분주히 해외를 뛰어다녀야 했고 국제적인 경쟁기업들의 노골적인 공세도 지켜봐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의 변심이었다. 소니는 삼성이 한창 특검 수사로 허덕일 때 돌연 샤프와 10세대 이후 LC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고 북미, 중국 TV 시장에서는 초저가 전략을 펼치며 삼성을 몰아세웠었다.
삼성 임직원들은 특검 수사 발표로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보지는 않고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삼성 봐주기 특검'으로 몰며 새로운 흔들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이제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탁마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명실공히 국민과 보다 가까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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