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 문학동네
1937년 4월 17일 이상(李箱)이 도쿄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했다. 생은 만 26년 7개월로 짧았지만, 죽어서 그는 신화가 됐다. 그와 구인회 동인이었던 시인 김기림이 그를 “현대라는 커다란 모함에 빠져서 십자가를 걸머지고 간 ‘골고다의 시인’ ” 혹은 “모든 벗들이 인생의 나래 아래서 가정을 가지고 예금을 가지고 전지를 가지고 번영할 때 영웅은 사장(沙場)을 피로써 물들이고 자빠진다”며 영웅으로 칭송했든, 아니면 시 ‘오감도’를 발표했을 때 독자들이 “미친놈의 잠꼬대냐” “무슨 개수작이냐”고 항의해 15편으로 연재를 중단했든, 이상은 한국의 근대와 문학의 뚜렷한 신화다.
“실존의 영역에서 신화의 영역으로 상승할 때, 궁극적으로 진위 여부는 우리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이상보다 60년 후에 태어난 작가 김연수(38)는 이런 전제, 이상은 신화, 라는 전제를 깔고 선배 작가의 삶과 문학을 <?A빠이, 이상>(2001년)이란 소설로 썼다. “전기 집필이란 고작 1백여 개의 조각만을 겨우 긁어모은 뒤, 1천 개의 조각이 필요한 퍼즐을 완성시키겠다고 덤비는 아이의 무모한 유희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김연수는 소설 속에 이렇게 썼듯, 전기를 쓴다는 것의 무모함을 이미 알고 있다. 더구나 그 대상은 이미 신화가 된 존재다. 그렇다면 어떻게 쓸 것인가?
여기서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김연수가 모티프로 삼은 것은 두 가지의 가상이다. 하나는 이상의 임종 때 실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존하지 않는 그의 ‘데드마스크’, 두번째는 이상이 창작했을 것으로 가정한 ‘오감도 시 제16호’라는 시다. <?A빠이, 이상>은 이 두 가지의 진위 여부를 추적하는 지적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진다. 작가는 이상에 관한 기존의 모든 자료를 섭렵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철저한 실증에 바탕해, 놀라운 솜씨로 허구(두 가지 가상)의 허구(<?A빠이, 이상>)를 만들어낸다. 이상이 읽어도 감탄하지 않을까 싶게, 글쓰기의 역량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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