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수사발표로 무거운 짐을 벗어낸 듯한 글로벌 기업 삼성. 그러나 그 어두운 그림자는 바깥에서 더 짙어질 것 같다. 일반적으로 기소전까지는 기사화를 자제하다가 일단 검찰의 발표가 있게 되면 본격적으로 해부하는 외국언론의 특성이 삼성에 닥친 첫 관문이고 전세계 거래선에 대한 신뢰회복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하기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큰 산이다.
특검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본격적인 추스르기에 나서야 하지만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문제는 안보다 밖이며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는 지난한 작업은 사실 이제부터라는 얘기다.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17일, 뉴욕타임즈(NYT)와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CNN방송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발표 내용을 전 세계에 속속 타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가 구속만은 피했지만 사법적 처리대상으로 공식화됨에 따라 기업의 신인도와 대외 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건희 삼성회장과 그룹 경영의 핵심 수뇌부들이 기소되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모처럼'경제살리기에 나서자'는 재계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기업가 정신'에 막대한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국내 경제계의 반응 역시 외신들이 전한 골자다.
최근 삼성 이회장이 재소환되자 '삼성 총수가 퇴진할 수도 있다'는 제목을 달았던 미국 CNN방송은 이 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결정에 대한 설명과 삼성그룹이 조만간 내놓을 후속대책을 전망하는 기사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 방송은"이 회장은 20년 전 그룹을 이어받아 삼성전자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일군 경영자"라며 "상당수 한국인이 삼성전자를 자긍심의 원천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기업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한국 재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중 하나로 이 회장을 거론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최근 검찰 소환 자리에서의 공식 발언을 상기시키고 삼성이 내놓을 쇄신책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99일간의 특검수사가 매듭됐으나 글로벌기업으로의 대외 신인도 추락은 물론 삼성의 해외 사업에는 막대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현재 전세계 66개국에 공장 법인 지사 형태의 420여 사업장을 갖고있는데 이들 사업장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것.
특히 미국과의 DTV 채널 패킷 기술사용 계약과 IBM 32나노 로직공정 공동개발,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 OS기술 도입 등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초래되면 그룹의 미래전략에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시절 정치자금 문제로 기소 됐던 기업 총수들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을 당시 현지 신문들은'범죄자들이 몰려온다'며 대서특필했었다"며 "70년 역사에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하게 된 삼성이 이번 사태로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은 물론 범죄집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세계 유수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도 "최근 전자산업의 특징은 국경 없는 제휴산업"이라며 "해외 유수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와 합종연횡, 크로스라이센싱 등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사업추진에 치명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학만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