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수뇌부 10명을 기소함으로써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법적 절차의 한 단계만 지났을 뿐, 삼성이 넘어야 할 난관은 이제 시작이다. 이 회장이 모든 도의적ㆍ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경영체제와 경영진 쇄신’을 약속했지만, 웬만한 처방으론 삼성의 범죄적 행태에 배신감과 울분을 느끼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 또 장기간의 경영공백이 초래한 후유증과 대외적 신인도 훼손 등은 국가경제의 큰 짐이다.
삼성은 어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내주 중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 회장과 아들 이재용 전무의 거취와 역할문제는 물론 불법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조성의 온상인 그룹 전략기획실의 폐지, 계열사 독립경영 방안, 제도 및 문화 혁신 등 광범한 대안을 검토해왔다고 한다.
2006년 초 ‘X파일’ 사건의 수습책으로 8,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고 구조조정본부 축소 등 ‘대오각성’한 지 2년도 안돼 그룹의 존립을 위협하는 부패 스캔들이 재발한 만큼 특단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이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여론의 동향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시간과 자원의 한계를 가진 특검의 공격을 삼성이 전략적으로 잘 방어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룹의 아킬레스건인 경영권 승계의 불법성을 이 회장에게 물은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재판과정의 다툼과 별개로, 그룹 쇄신안이 조직 개편이나 기금 출연 등의 겉치레를 넘어 지배구조와 조직문화에 쌓인 피로를 전면적으로 씻어내는 내용이라야 하는 이유다.
삼성은 이 회장의 ‘책임 감수’ 발언이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위치와 역할을 볼 때 ‘이 회장 없는 삼성’은 당분간 생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쇄신안에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총수 일가의 의지와 일정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 비온 뒤 땅이 더욱 굳듯이, 삼성이 환부를 털어내고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불구속 잣대’를 적용한 특검만의 바람이 아니다. 이 회장이 그 답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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