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이른바 마이너리티의 성적(性的) 권리 확대에 대해 우리 사회는 총론에서는 찬성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16일 본보가 우리 사회 소수자의 성적 권리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부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는 억눌린 소수자의 성적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오창익(40)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마이너리티의 성 문제는 시급한 당면 문제인데도 너무 늦게 공론화했다”며 “소수자도 우리 사회를 이루는 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권박미숙(27ㆍ여)씨도 “나이 든 사람이 연애하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라며 “노인의 성적 권리는 보장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환(61)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성욕을 건전하게 발산할 수 있는 놀이장소와 문화가 없다”며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서 노인 전용 놀이공간과 놀이문화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성적권리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김명실(53ㆍ여)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 소장도 “주류 사회는 장애인도 성적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장애인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관계자도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가족 이주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수자들이 ‘구체적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요구들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최근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수자의 요구라는 게 결국 그동안 금지됐던 성매매 등의 합법화 등을 뜻하는 것”이라며 “그들의 고충은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최정은(41ㆍ여) YWCA 사회개발위원회 팀장은 “성 문화를 건전하게 이끌어 가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면서 “소수자들의 일시적인 성욕 해소에 집착해 성매매를 합리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외국인 노동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보다는, 국내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구체적 대안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마이너리티의 성적 권리가 보장되기는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다.
허정헌 기자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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