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어색했고 냉랭했다. 전날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공계 교수 출신의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의 공격에 속수 무책이었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이 16일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과 상견례를 가졌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 모임에는 한국교원노조 및 자유교원노조 대표도 동석했지만, 이목은 정부의 교육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정 위원장과 김 장관에 쏠려 있었다.
이날 회동은 김 장관 취임 직후 일찍이 잡혔으나, 하루 전 나온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관련 논란 때문인지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정 위원장은 회동 직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교과부의 교육 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까지 한 터여서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김 장관은 들어서자마자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참석자들을 응시했지만, 정 위원장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정 위원장은 김 장관에게 “가벼운 자리일 줄 여겼는데, 무거운 자리로 변했다. 이런 자리가 될 줄은 몰랐다. (정부의 교육 정책은)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김 장관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 장관은 “허허”하고 웃으면서 “진작 만났어야 하는데 못 봤다. 좋은 의견 많이 내달라”고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정 위원장이 외면하자 김 장관 얼굴에도 웃음이 사라졌다. 정 위원장은 “걱정이 많다. 어제 발표 내용을 살펴보니 만남이 뒤늦은 것 같다”며 공격 ‘모드’를 이어갔다.
김 장관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듯 본격적으로 학교 자율화 정책과 관련한 교과부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장관은 “어떤 정부가 교육에서 손을 떼겠느냐. (이전 정부와) 큰 철학이 달라진 건 인정한다.
그러나 접근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고 밝혔다. “교육자치 취지에 맞춰 시도교육청으로 권한을 넘기고, 일선 학교 실정에 맞게 자율성을 강화했다. 국민들 뜻에 어긋난 것은 아니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의견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면서 김 장관을 몰아 부쳤다.
정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교원노조 협조를 구하는 자리가 아니길 바란다”며 “교원 의견 수렴을 전혀 하지 않았고, 어제 같은 발표가 되풀이되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정부의 일방적 추진을 문제 삼았다.
김 장관은 이에 “교원을 비롯한 국민들 의견을 수렴했지만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응수했지만 수세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정 위원장은 부정적인 여론을 도마에 올려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예로 들며 “청소년들이 8대 1 정도로 반대하고 있는 걸 아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사실 대다수가 환영할 줄 알았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며 여론 반응을 예상치 못했음을 내비쳤다.
전교조는 모임이 끝난 뒤 지방교육재정 10% 삭감 및 교원평가 전면실시에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50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교과부에 전달했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장관이 정책협의회를 만들어 분기별로 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며 “입장차는 확인했지만 김 장관이 개방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한 것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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