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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방통위에 바라는 初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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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방통위에 바라는 初心

입력
2008.04.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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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여 곡절 끝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였다. 멀리는 10여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래서 끝이 보이지 않았던 여정이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결국은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변동기에 편승해 결실을 맺고 말았다.

이렇게 출범한 방통위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는 게 사실이다. 논란이 되었던 위원장 자격 시비를 비롯해 방통위 조직 구성, 업무분장 등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아마 앞으로 상당기간 적지 않은 불협화음과 시행착오가 끊임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더 나은 규제기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산통으로 봐주는 관용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방통위가 '헛다리(?)'라도 짚기를 바라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랫동안 전혀 다른 규제원칙과 문화에 익숙해 있던 두 영역을 하나의 규제 틀로 융합하는 것은 어쩌면 서비스 융합보다 더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빠른 시간 안에 정착되고 융합기구로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 방통위를 탄생시킨 가장 큰 목적은 영역 간 커뮤니케이션을 내부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규제기관들 간의 영역확보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신규 미디어 도입 때마다 어려움을 겪거나 결국은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통합기구는 이러한 갈등을 내부 문제로 치환 시킴으로써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정책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방송과 통신, 여당과 야당이라는 갈등구조로 인해 이러한 기대를 스스로 포기하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방통위의 의사결정과정이 사업자들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기를 바란다. 과거 방송위원회도 공개적이라고 했지만 결정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흔쾌히 공개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공개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회의록 공개수준이 아니라 정책현안이 발생했을 때, 각 위원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만 어떤 위원이 어떤 이유로 어떤 정책에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책결정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정책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게 할 것이다.

셋째, 위원들 각각이 자신들의 정치적 혹은 방송과 통신을 대표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방통위가 독립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열쇠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위원장을 제외한 4인의 상임위원은 우연인지 모르지만, 여당과 야당, 방송과 통신이라는 두 변수를 만족시키는 조합 형태로 구성되었다.

때문에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 갈등, 정치적 갈등 때마다 '2:2 대결' 양상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때마다 위원들은 추천 받은 정치적ㆍ영역적 준거에 충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위원들 각자가 독립된 주체라는 인식을 절대 견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 과거 방송위원회가 보여 주었던 정파간 갈등이라는 질곡 속에서 정책적 난맥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를 조정하고 타협을 만들어내는 위원장의 조정능력이 요구된다. 바라는 바는 '정치적 수렁에서 헤맸던 4기 방송위원회'가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진정한 방통위'인 것이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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