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유차 운전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기름값 아끼려고 정부 정책만 믿고 비싼 경유차를 샀는데 정부가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지난 주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은 1주일 새 리터 당 32원 가량 치솟았다. 휘발유 가격의 94%에 육박한다. 심지어 휘발유보다 비싼 경유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가 에너지 세제 개편을 마무리하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을 100대 85로 가져가겠다는, 이른바 '100대 85 방침'을 밝힌 것이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 "경유는 휘발유보다 싸야 한다"고 굳게 믿어 온 소비자들의 분노가 무리는 아니다.
정부는 곤혹스럽지만, 별도의 대책을 내놓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모양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참 오래 고민했지만 경유 세금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국제적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높은 상황에서 세율 조정을 통해서 경유 가격을 낮추는 것은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것이고,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0대 85' 역시 당시 국제 시장 가격에 따른 것인 만큼, 시장 가격이 변하면 비율도 바뀌는 것이 옳다는 '변명'도 했다.
정부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문제는 경유차를 생계형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다. 휘발유 대비 경유의 가격이 '100대 70'에서 '100대 85'로 높아진 것이 자동차 업계에 경유 승용차의 판매를 허용해 준 반대 급부의 성격이 짙었다는 점을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만약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지금 사업체 등록을 하지 못해 유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유가 부담이 이처럼 높아지지는 않았을 터. 정부가 최소한 이들에 대한 책임까지 모른 척 해서는 곤란하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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