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승리의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성의 목소리가 더 많은 듯 했다. 산술적 승리지만 ‘과반 턱걸이’라는 성적표는 드러내놓고 기뻐할 정도는 아니라는 기류다.
당 지도부는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한목소리로 ‘겸손’을 강조했다. ‘승리’라는 단어는 썼지만 자축은 없었고 웃음도 없었다.
강재섭 대표는 “국민이 보여준 정치적 결단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낮은 자세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 등이 민심에 반영돼 표로 돌아왔다”고 자성했다. 전재희 최고위원도 “국민들의 판단은 추상과 같았다”며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줬지만 한나라당이 절대로 일방독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도 줬다”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특히 “겸손하고 또 겸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무지 승리한 당의 선대위 해단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 당직자는 이날 ‘과반 확보를 축하한다’는 인사에 “그런 인사를 받기엔 쑥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KBS 라디오에 출연, “정권이 창출되고 난 뒤에 소위 실세라는 사람들이 너무 설쳤고 그것이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권력투쟁 선거가 되니까 국민이 싫어했다”고 자성론을 폈다.
이런 반성을 토대로 내놓은 것이 통합과 화합이었다. 과반은 얻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려면 박근혜 전 대표와 적극 협조해야 하는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행여 당이 분열하고 대립하면 과반 의석에도 불구하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까봐 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선거과정의 불협화음을 앞으로 잘 정돈하고 단합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의) 국정동반자 정신에 투철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도 “절대 오만하거나 독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앞으로는 계파를 의식해 분쟁을 만드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 오로지 한나라당의 단결과 화합이 필요하다”고 다잡았다.
이와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집중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선자 153명 전원을 10개 분과로 나눠 민생특위를 구성했다. 내주 중 당선자 워크숍도 갖기로 했다.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국민에 보이고 당내 결속도 다지려는 차원이다. 한편 낙선한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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