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버킷 리스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

입력
2008.04.16 05:21
0 0

천상병의 시 '귀천'에서와 같은 달관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피안(彼岸)으로 건너는 생의 마지막 계단에서는, 미련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면 살아온 생이 추레해지므로. 가야 할 순간을 깨달은 이에게 걸맞은 표정은 무욕(無慾)일 게다. 9일 개봉하는 <버킷 리스트> 는, 그러나 정반대의 방법으로 삶을 관조한다. 그래서인지 멋진 때깔에도 왠지 추레해 보인다.

역사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TV 퀴즈쇼를 푸는 것으로 달래는 늙은 정비공 카터(모건 프리먼)가 병원에 입원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메모지에 적는다.

부유하지만 고독한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그의 곁에 입원하고, 그는 카터의 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장엄한 광경을 직접 바라보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등으로 채워진 리스트에, 에드워드는 '무스탕으로 카레이싱', '세렝게티에서 호랑이 사냥'을 써 넣는다.

잔잔히 흐르던 영화는 두 사람이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삶을 즐기기로 결정하는 데서 템포가 빨라진다. 에드워드의 전용 제트기를 타고, 두 사람은 로마 홍콩 이집트 중국을 여행하며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질펀하고 통쾌하게, 두 사람은 허겁지겁 온갖 호사를 섭렵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카터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에드워드는 평생 그와 함께 한 고독의 곁으로 향한다.

필모그래피가 곧 할리우드 영화사(史)인 두 대배우가 생애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배우의 무게에 비해 작품의 중량감은 떨어진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것이라기엔 영화의 시선은 너무 피상적이다. 억지로 꿰 맞추듯 가족의 소중함으로 향하는 결말도 상투적이다.

관록의 두 배우가 빚어내는 조화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스탠 바이 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을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의 작품. 12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