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의 시 '귀천'에서와 같은 달관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피안(彼岸)으로 건너는 생의 마지막 계단에서는, 미련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
그렇지 못하면 살아온 생이 추레해지므로. 가야 할 순간을 깨달은 이에게 걸맞은 표정은 무욕(無慾)일 게다. 9일 개봉하는 <버킷 리스트> 는, 그러나 정반대의 방법으로 삶을 관조한다. 그래서인지 멋진 때깔에도 왠지 추레해 보인다. 버킷>
역사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TV 퀴즈쇼를 푸는 것으로 달래는 늙은 정비공 카터(모건 프리먼)가 병원에 입원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메모지에 적는다.
부유하지만 고독한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그의 곁에 입원하고, 그는 카터의 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장엄한 광경을 직접 바라보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등으로 채워진 리스트에, 에드워드는 '무스탕으로 카레이싱', '세렝게티에서 호랑이 사냥'을 써 넣는다.
잔잔히 흐르던 영화는 두 사람이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삶을 즐기기로 결정하는 데서 템포가 빨라진다. 에드워드의 전용 제트기를 타고, 두 사람은 로마 홍콩 이집트 중국을 여행하며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질펀하고 통쾌하게, 두 사람은 허겁지겁 온갖 호사를 섭렵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카터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에드워드는 평생 그와 함께 한 고독의 곁으로 향한다.
필모그래피가 곧 할리우드 영화사(史)인 두 대배우가 생애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것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배우의 무게에 비해 작품의 중량감은 떨어진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것이라기엔 영화의 시선은 너무 피상적이다. 억지로 꿰 맞추듯 가족의 소중함으로 향하는 결말도 상투적이다.
관록의 두 배우가 빚어내는 조화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스탠 바이 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등을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의 작품. 12세 관람가. 해리가> 스탠>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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