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가요계는 10여 년 전, 반복되는 전자음으로 이뤄진 음악을 일컫는 ‘일렉트로니카’를 ‘유로 테크노’ 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1999년 이정현의 <렛츠 고 마이 스타> 앨범을 비롯해 클럽하우스와 브라운관의 주류로 떠올랐던 심장박동을 닮은 곡들이 바로 일렉트로니카였다. 렛츠>
그 뒤로 10여 년이 흐른 2008년 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축소된 대중음악의 중심에 다시 일렉트로니카의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촌스럽게 들리는 ‘테크노’ 뮤직이라는 이름 대신 하우스, 트랜스, 시부야케이 음악 등 장르가 세분화된 모습으로 다가왔다. 또 예전과 달리 무작정 춤추기를 권하지도 않는다.
■ ‘거짓말’에서‘원 모어 타임’까지
최근 각종 가요순위 랭크 상위권을 차지하는 곡들은 댄스, 발라드 팝까지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들을 빠짐없이 담고 있다. 일렉트로니카가 새롭게 주류음악에 섞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전국민적인 인기를 모은 원더걸스의 ‘텔미’와 빅뱅의 ‘거짓말’. 여름에 발표된 <올웨이즈> 앨범에 실린 ‘거짓말’은 멜로디의 바탕에 규칙적인 비트가 깔리고 후렴구도 중독성을 띤 전형적인 일렉트로니카의 모습이다. 올웨이즈>
‘텔미’는 냉정한 잣대로 봤을 땐 일렉트로니카의 범주에 넣을 수 없는 복고풍 댄스곡이지만 중간중간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맛을 곁들여 발라드와 댄스로 양분됐던 대중음악계에 신선함을 전해줬다.
올 초 새로운 멤버로 돌아온 여성 4인조 그룹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은 그야말로 일렉트로니카의 부활이 얼마나 선명한지를 보여주는 곡이다. 유로 테크노의 연속적인 리듬과 별 뜻 없는 가사의 반복은 10여 년 전의 일렉트로니카를 연상케 하지만 비주얼과 댄스가 가미됐을 뿐 아니라 깔끔한 편곡이 이뤄져 매우 대중적인 요소를 갖췄다는 평이다.
‘일렉트로니카 바람’은 댄스곡에만 그치지 않는다. 뉴웨이브 사운드와 90년대 감성으로 돌아온 토이의 ‘뜨거운 안녕‘, 거미의 ‘미안해요’, 정재형의 3집 앨범 등 멜로디 라인과 보컬을 중시하는 뮤지션의 곡에도 일렉트로니카는 깊이 들어와 있다.
일렉트로니카 앨범을 내고 유학 길에 올랐던 윤상도 하반기 중 발전된 모습의 일렉트로니카로 돌아올 예정이고, 서태지의 컴백앨범도 일렉트로니카의 요소가 짙게 깔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일렉트로니카, 숨통을 터줄 장르
이 같은 현상은 일렉트로니카가 갖는 혁신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뮤지션들에게 일렉트로니카는 복고가 아니면서도 협소한 대중음악계의 숨통을 터줄 장르로 비친다는 것.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음악장르는 힙합과 일렉트로니카 정도이기 때문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깊이 와 닿는다”고 말했다.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2000년 클래지콰이로 일렉트로니카가 대중화의 단계에 접어들었고 올해 들어 그 인기가 괄목할 정도로 솟구쳤지만 아직 확산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발라드와 댄스로 양분된 가요계에서 새로운 음악을 요구하는 대중이 느는 가운데 일어난 음악적 다양화”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팝과 일본의 제이팝에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일렉트로니카의 접목이 국내 가요시장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음반사 포니캐년코리아 김재형씨는 “일반적으로 시부야계 음악으로 알려진 제이팝곡들이 광고음악에 주로 쓰인 게 일렉트로니카의 인기에 도움을 준 것 같다”며 “이미 홍대 클럽무대에선 록음악보다 일렉트로닉음악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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