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행사 없이 10분만에 '실용 환송'
이명박 대통령이 6박7일 간의 미국 일본 방문을 위해 15일 오후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특별기 편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미 첫 행선지인 뉴욕행 특별기 내에서 수행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순방 이후 귀국하면 해외식량기지 확보 방안을 마련토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쌀값이나 사료값이 너무 올라 대북(식량) 지원을 하는 데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석유나 광물 자원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식량자원 확보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연해주와 같은 지역의 땅을 30~50년 장기 임대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북한 노동력도 이용할 수 있고 (북한까지) 운반거리가 짧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지원할 수도 있다”며 “가능하다면 이ㆍ삼모작이 가능한 동남아 지역을 장기임대해서 곡물을 생산, 현지에서 사료 등을 만들어 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에 대비해 7,000만 민족이 먹고 살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런 경우 (해외) 부지확보와 같은 것은 정부가 앞장서고 경영은 민간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금융선진화 방안과 관련,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뉴욕 월가에 머리 좋고 유능한 인재들이 집중되다 보니 정부가 시장을 쫓아가지 못하는 양상”이라면서 “글로벌 인재들을 발탁해서 금융시장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앞서 서울공항 출국행사는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별도의 공식행사 없이 약 10분 간 출영객과의 악수와 간단한 인사말로 갈음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새벽 미국 뉴욕에 도착해 ‘차세대 한인 동포와의 대화’를 갖는 등 방미활동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출국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는 전통적 우방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일본과는 명실상부한 미래지향적 선린관계를 구축해 나가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9일(한국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21일에는 도쿄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사태 해결 방안 등 한미, 한일 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염영남 기자
■ 野 "말뿐인 동맹 위해 對美 퍼주기 우려"
"미국의 인플레된 기대감 관리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두고 야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쇠고기 수입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한국측의 성의 표시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이명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굴복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수사(修辭)만 얻고 실리를 다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쪽에서 제기한 각종 현안만 10여 가지. 우선 주한미군 주둔비용 증액 문제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미국이 전액 부담하기로 합의했던 미 2사단 이전 비용을 이제는 한미 양국이 50%씩 분담하자는 게 미국의 새로운 요구.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연계해 밀어붙이고 있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율이 불가피하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나 미사일 방어계획(MD) 등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미국은 인수위 시절부터 우리측의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라크 한국군 파병 기간 재연장, 한국 기독교인 피살 사건을 불러왔던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2005년 합의된 미 대사관저 이전 부지를 더 좋은 곳으로 변경하는 문제 등도 미국측 목록에 들어 있다. 광우병 우려로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 쇠고기시장의 전면 개방 같은 미국의 경제적 이해가 달린 사안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대미노선을 한미동맹 훼손이라고 비판해왔던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관계 강화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무리한 요구도 상당부분 수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야권은 비판적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과거와는 반대로 하겠다는 뜻을 비치니 미국에서 기대감이 올라갔다"며 "인플레된 기대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명목뿐인 한미동맹 복원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국측 요구가 대폭 수용되면 이제는 '대북 퍼주기'가 아니라 '대미 퍼주기'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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