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5일 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선거구에 있는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 선거중립 위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통합민주당은 대통령이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 방문을 강행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중앙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토요일을 ‘국민과의 소통의 날’로 정한 이 대통령이 도라산 식목행사 후 귀로에 잠시 현장에 들러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따라 일하는 노숙자들을 격려한 게 전부라고 해명하면서, 선거중립 논란 자체가 정략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선관위 관계자의 비공식 견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은 선거법이나 공무원법이 규정한 선거중립 의무에 직접 저촉될 가능성은 낮다. 선거관련 발언이 없었고, 선거개입 의도를 포착하기도 어렵다. 잦은 논란을 빚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극적 발언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치감각이 형식요건만 충족하면 그만이라는, 낮은 수준에 머물 수는 없다. 우선 시기가 좋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한승수 국무총리 앞으로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고위공직자의 특정지역 방문 자제를 요청한 것이 바로 전날이었다. 또 선거 막바지인 데다, 청와대 4급 행정관이 서울 강남 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상목 후보의 홈페이지에 서 후보를 비난하고 한나라당 이종구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띄워 말썽을 빚은 시점이다. 지역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 송미화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TV토론에서 은평뉴타운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노재동 은평구청장이 두 후보를 찾아가 항의한 일로 ‘관권선거’ 논란이 뜨겁고, 이재오 의원이 당내 위상과는 달리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발길이 머물렀다는 사실만도 유권자에게는 간접적 선거지원, 묵시적 지지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마음의 빚도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이명박 지지’에는 적잖은 ‘노무현 반대’가 섞여 있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잇따른 선거중립 위반 의혹이 국민적 반감 형성에 상당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남은 이틀만이라도 대통령은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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