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GM코리아의 전략발표회. 이영철 GM코리아 사장은 결연한 표정으로 향후 3년간 마케팅에만 500억원을 투자해 수입차 업계의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올해 100% 이상의 성장을 장담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GM코리아의 성적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낙제점 수준이다. 미국 GM 본사의 끝없는 추락을 답습하는 듯,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GM코리아의 판매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1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GM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선보인 캐딜락, 사브 등 2개 브랜드의 연간 판매실적은 500대에도 못 미친다.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연간 500대는 고사하고 월 500대 이상은 팔아야 ‘빅5’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GM코리아의 판매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GM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대수는 497대로 2006년(457대)보다 10% 가량 늘었으나, 2005년 584대, 2004년 742대, 2003년 631대에 비해선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판매실적이 급감하면서 영업손실도 2006년 11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17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년간 영업손실 누적액이 3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5억8,000만원으로 2006년 20억9,000만원보다 5억원 가량 늘어났다. 외형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경영실적이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 사장이 500억원의 마케팅 비용 투자를 공언했음에도 불구, 실적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5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판매실적은 36대로 2006년 동월(45대)보다 줄었으며, 12월 판매도 42대에 그쳤다. 올들어 신차 효과로 다소 판매실적이 올랐으나 여전히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균 차량 가격이 3배 이상 비싼 포르쉐의 판매실적과 비슷한 수준이다.
GM코리아의 판매 부진은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않는 모델과 마케팅력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캐딜락과 사브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데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수준이 높아지면서 품질면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지 않고 메르세데스 벤츠, BMW,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정면 승부를 건 마케팅 전략도 실패작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GM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 판매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신차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영업이익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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