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와 정읍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은 방역 당국의 안이한 탁상행정과 농가의 늑장 신고, 허술한 방역체계 등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전북도는 기존 AI 예방 지침에 따라 지난 2월말까지로 정해진 AI 특별방역기간이 끝나자 기간 해제를 선언하고 사실상 AI 방역활동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 3월 6일 충남 천안에서 AI가 발생한 기록이 있어 방역기간 연장 필요성을 논의하긴 했지만 3월부터 시작되는 구제역 방역에 대비하기 위해 당초 특별방역기간(11월 1일~2월말) 종료 시점에 맞춰 특별방역을 해제한 것이다. 그러나 김제 AI 발생 농가로부터 8㎞ 떨어진 만경강에는 아직 철새가 남아 있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27일 이곳에서 잡힌 청둥오리에서 AI 항체가 발견된 상태였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4월말까지도 AI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겨울 철새들이 호수와 하천에 머무는데다, 전북 지역의 경우 2006년 11월과 12월 익산과 김제에서 3차례나 AI가 발생했던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방역 당국의 AI 특별방역기간 해제는 안이한 판단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실제 전북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난 1일 김제 AI 의심 신고를 접수한 직후 기자들에게 “AI 발생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고병원성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느긋해 하다 이틀 뒤 고병원성으로 밝혀지자 난간해 하기도 했다.
AI 발생 농가의 늑장 신고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읍 오리 농장에서는 지난달 31일 200마리를 시작으로 나날이 집단 폐사 규모가 급증했지만 신고는 4월 3일에 했다. AI는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빨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신속한 신고와 초기 방역이 중요한데도 폐사 발생 3일 후에야 신고를 한 것이다.
김제에서도 3월 27일부터 폐사가 발생했지만 신고는 5일 후인 1일에야 이뤄졌다. 더구나 농장주가 폐사가 진행 중이던 2일 오리 6,500마리를 전남 나주 도축장으로 반출한 것은 AI에 대한 무감각증을 드러낸 것이다. 다행히 반출된 오리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지만 오리를 수송한 5대의 트럭이 반출 이후 전북 2곳, 전남 11곳의 가금류 농장을 출입한 사실이 확인돼 이들 농장의 바이러스 감염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의 보고 체계도 엉망이었다. 3일 오후 농가의 신고를 받은 전북도 축산위생연구소는 전북도 방역대책본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채 자체 검사를 거쳐 곧바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이 때문에 전북도 방역대책본부는 오리 집단폐사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4일 밤 농수산식품부의 발표를 듣고 나서야 뒤늦게 확인에 착수했고, 이로 인해 AI 발생 농장과 인근 지역에 대한 방역 및 이동통제 등 필요한 조치는 4일 밤에야 이뤄졌다.
전북도 축산위생연구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리의 경우 닭과 달리 AI에 대한 자체 간이검사가 불가능하고, 부검을 해본 결과 간염 등으로 추정돼 도 방역본부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간염은 보고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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