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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치는 작은 정부가 갈 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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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관치는 작은 정부가 갈 길 아니다

입력
2008.04.1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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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을 받아온 은행들의 송금 수수료가 청와대의 개입으로든, 은행의 자율로든 낮아지기만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불만을 가질 일은 아니다. 지난 주 청와대가 은행권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압력성’ 공문을 보낸 사실(5일자 2면)이 쟁점화하자, 네티즌 사이에선 오히려 “오랜만에 청와대가 좋은 일 했는데 무슨 논란이냐” “청와대 반대하는 사람들은 은행 편이냐” 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실 일반 은행 고객들로선 ‘수수료만 내린다면 관치쯤이야…”가 솔직한 심정일 게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더구나 청와대가 공공요금도 아닌 특정 가격(수수료)에 대해 내려라 말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니, 옳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구태다.

현 정부는 ‘작은 정부’공약으로 당선됐다. 작은 정부는 비단 공무원 숫자나, 부처수가 적은 정부만을 뜻하지 않는다. 민간영역에 쓸데 없이 간섭하지 않는 정부, 시장에 대해 ‘감놔라, 배 놔라’ 하지 않는 정부가 진짜 작은 정부다.

사실 요즘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정부로선 가격을 끌어내리고 싶은 무한 충동을 느낄 것이다. 말만 하면 먹힐 것이 뻔하니, 효과도 자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힘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수십년 ‘관치’경험이 잘 말해준다. 현 정부만해도 인수위 시절 무리한 휴대폰 요금인하 추진을 통해 시장 가격에 함부로 손대려 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득했을 터. 그런데도 불과 몇 달 만에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할 일은 하나 뿐이다. 수수료 내리라는 공문 같은 것은 집어치우고, 은행들이 치열하게 경쟁토록 해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담합에는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철퇴를 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이 걸리고 효과는 더디 나타날지 모르지만, 그게 ‘작은 정부’가 걸어야 할 정도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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