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선거개입과는 관련 없는 대통령의 일상적인 국정활동이었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는 있다.
방문지가 선거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 한나라당 이재오(현역의원) 후보의 지역구라는 점에서다. 가뜩이나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야당이 주시하고 있는 이때 특별히 시급한 현안도 없는 은평 지역을 예정에 없이 방문했다는 점은 다분히 다른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해 진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야당의 공세가 이어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왜 은평 지역 방문을 강행했을까. 정치적 해석은 두가지다.
우선 이 후보가 의원직을 유지하지 못하면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 색채를 내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특단의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 이 대통령의 방문은 은평뉴타운사업을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역 최대 현안 사업의 완수를 위해서는 여야 후보 중 누구룰 지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유권자들에게 던진 셈이다.
보다 넓게 보면 은평 지역은 물론, 총선 전체의 전선을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으로 단순화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현재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야권은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터무니 없는 정치 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과 별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던 친박연대나 같은 보수 계열의 자유선진당 등에 대해 이번 기회에 확실히 현 정권과는 다른 길을 가는 정당임을 부각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은평뉴타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노숙자 출신에게 관심을 표명하며 자활사업을 강조한 점 등은 서민층의 지지를 이끌어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행보가 과연 총선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다지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통적인 야당 지지층이 뭉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은평 지역에 판을 흔드는 변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당 후보가 뒤지던 지금의 구도가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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