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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허위·장난실종 신고에 민생치안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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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허위·장난실종 신고에 민생치안 '구멍'

입력
2008.04.1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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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크리스마스, 놀이터에서 놀다 귀가하던 길에 사라졌던 혜진이와 예슬이는 결국 3개월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나타났다.

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관으로서, 아니 그 이전에 아이를 둔 부모로서, 선량한 아이들을 범죄로부터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혜진이와 예슬이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찰은 실종사건 전담수사팀 설치 및 여성ㆍ아동 실종사건 발생 즉시 수사착수 등 총력 대응체제의 내용을 담은 ‘실종사건 종합 수사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총력 대응체제 시행 이후 정작 경찰력을 집중해야 할 곳에 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실종사건 전담팀’뿐 아니라, 강력반 형사와 형사과장, 심지어 경찰서장까지도 밤이든, 낮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나와 수색과 수사를 하게 되는데, 최근 들어 단순 가출이 명백하거나 귀가가 지연되는 것이 분명한데도 무조건 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

딸의 친구로부터 “남자친구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고“딸이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있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지각해 혼날 것을 두려워한 한 초등학생이“납치될 뻔했다가 풀려났다”는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부부싸움 후에 집을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아내가 납치된 것 같다”고 신고, 형사ㆍ지구대 수십 명이 세 시간 넘게 수색과 수사를 하던 중 찜질방에서 쉬고 있는 실종자를 발견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실종신고가 폭주하는 때에 강ㆍ절도 등 강력범죄 역시 폭주한다는 데에 있다. 한정된 경찰인력 중 많은 인력을 범죄와 관련 없는 곳에 투입함으로써 막대한 경찰력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이러한 비용은 온전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경찰은 혜진이와 예슬이 같은 사건이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한편 허위ㆍ장난 신고임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에는 즉심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국민 모두는 사회 공공재인 경찰력이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허위 실종 신고는 단순히‘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고한 희생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경찰청 형사과장 총경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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