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전창진(45) 감독과 삼성 안준호(52) 감독은 닮은 듯 다르다. 7년 선후배인 둘은 현역 시절 삼성전자에서 뛰었고, 코치도 지냈다. 지도자로 각각 두 차례와 한 차례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용산고-고려대 출신인 전 감독은 촉망 받는 슈터였지만 대학 때 무릎부상으로 일찌감치 유니폼을 벗고 프런트로 변신했다. 안 감독은 호화군단 삼성에서 신동찬 김현준(작고) 박인규 조동우 임정명 등과 함께 84년과 87년 농구 대잔치 우승을 이끌었고, 은퇴 뒤에도 착실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사령탑이 17일부터 시작되는 2007~08 SK 텔레콤 T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에서 우승컵을 다툰다. 전 감독은 2004~05 시즌 이후 3년 만에, 안 감독은 2005~06 시즌 이후 2년 만에 정상복귀를 노린다.
■ 만만디(慢慢的) 전창진
전 감독은 육중한 체격답게 전형적인 만만디(느림보) 스타일이다. 연패에 빠져도 큰 표정변화가 없다. 경기 중에 크게 앞서나가거나 뒤져도 팔짱만 낀 채 눈만 껌벅거릴 뿐이다. 선수기용도 당장은 큰 효과가 없더라도 뚝심으로 밀어붙인다. 전 감독은 용병도 플레이 메이커가 아닌 김주성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뽑는다. 그만큼 국내선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자율농구 안준호
안 감독은 자율농구를 즐긴다. 최대한 선수들에게 믿고 맡긴다. 위기 때도 벤치의 지시가 아닌, 선수들 스스로 타개하도록 한다. 삼성은 서장훈이 뛰었던 지난 시즌만 해도 느림보 장신군단이었지만 올해는 스피드 단신군단으로 탈바꿈했다. 1년 만에 팀 컬러를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 감독은 단박에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최인선 전 SK 감독은 “전 감독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스타일이다. 전 감독 특유의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농구가 무섭다. 안 감독은 선수들을 한 데 아우르는 인화력과 공격농구가 전매특허”라며 “어느 감독이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느냐에 따라 우승컵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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