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가금류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안기고, 국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 우선 비난 받아 마땅하다. AI는 비록 그 피해가 사람에게는 직접적이거나 심각하지 않다 하더라도 전염 속도가 빠르고 지역이 광범위한 데다 폐사율이 높아 일반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은 의외로 크다.
최초로 AI가 발생하고 확인된 전북 김제시의 경우, 수천 마리의 닭이 갑자기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1일)된 다음날 의사들이 AI임을 확인했고, 바로 그 다음날(3일) 전형적인 고병원성 AI임이 드러났는데도 방역 당국의 ‘설마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신고를 받은 뒤에도 “지금은 AI 발생 시기가 지났다”거나 “이미 특별방역기간이 끝났다”며 강 건너 불 보듯 대응했다. 이번 사건 역시 언론에 보도되자 비로소 당국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으니 불신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한데도 방역 당국 간의 신고ㆍ보고ㆍ대처의 체계도 엉망이었다. 김제시에 이어 인근 정읍시에서 오리가 집단폐사했지만 (김제시)대책본부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농수산식품부의 발표를 듣고 알았다니 이게 무슨 대책본부인가. 해당 농가의 신고가 늦었고, 집단폐사 조짐이 있자 오리를 몰래 시중에 빼돌리려 한 농가에도 문제는 있었다. AI뿐만 아니라 유사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광범위한 살(殺)처분을 능사로 여기면서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전례도 반성해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AI는 사람의 경우 감염된 조류의 분비물에 직접 접촉한 경우라 하더라도 잘 걸리지 않으며, 75도 이상만 가열하면 100% 안전하다. 그런데도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해야 하고 대규모 집단방역을 요구하고 있어 일반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혐오감과 공포감을 주고 있다.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방역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괜히 닭고기나 오리고기 등에 대한 기피 움직임까지 이는 것은 과잉반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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