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말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산하 외청장을 지낸 K씨는 요즘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차관급의 경우 옷을 벗은 후 몇 달 쉬면 금융기관장 등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던 과거와는 달리 상당 기간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퇴진한 A차관도 상반기 중 국책은행장 자리를 꿰찰 것으로 기대했다가 여건이 나빠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는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 관료 냄새를 세탁한 후 공공부문으로 복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모피아(Mofia)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들의 텃밭이었던 금융위원회 등 각종 금융계 인사에서 줄줄이 낙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 재무부(MOFㆍ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모피아는 개발연대 이후 금융계를 지배해온 파워집단이었다.
이들은 끈끈한 선ㆍ후배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금융계를 장악하는 등 ‘모피아 제국’을 구축했다. 모피아의 수난은 금융위원회 위원장ㆍ부위원장에 민간 출신과 교수가 낙점되면서 본격화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신임 위원 3명도 교수들이 차지했다. 최근 사표를 낸 산업은행장 등 국책은행장 후임 인선에도 모피아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모피아가 ‘왕따’를 당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뿌리깊은 반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이 금융정책을 주무르고, 금융기관장까지 독점하면서 기업에 대해 군림하는 관치금융의 폐단을 가져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피아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CEO 시절 은행 문턱을 드나들면서 겪은 ‘을의 설움’이 모피아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피아는 지금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반감을 감안하면 향후 금융기관 인사에서 ‘노(No) 모피아’ 원칙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모피아는 최고의 금융엘리트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금융계 장악과 관치금융의 폐단을 가져온 것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섬김의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하지만 모피아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인재풀이 적고 금융 위기에 취약한 우리 형편상 이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사장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들을 배제한 채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들만 중용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금융관료들이 퇴임 후 월가에서 경험을 쌓은 후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것처럼 우리도 관계와 민간 사이에 원만한 인사 환류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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