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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생문'으로 연극 첫 도전 뮤지컬배우 이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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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생문'으로 연극 첫 도전 뮤지컬배우 이건명

입력
2008.04.1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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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을 던져도 이건명(36)의 대답은 일관되게 "행복하고 싶어서"였다. <렌트> <갬블러>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등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의 주역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했던 이건명이 예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스 사이공> (2006) 이후 활동이 다소 뜸하더니 올해 초 오랜만에 출연한 신작 뮤지컬 <19 그리고 80>에선 비중이 작은 1인 다역을 맡아 팬들을 의아케 했고 다음달 9일부터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나생문> 으로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한다.

"정말 일 욕심이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행복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죠. 사실 연극과 출신이니 어찌 보면 출발점으로 돌아온 셈이에요. 그 동안 일정이 안 맞아 연극을 못한 것 뿐인데 어느 순간 이름 앞에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더군요."

그는 국내외 곳곳을 여행하며 띄엄띄엄 무대에 서는 지금이나 쉼 없이 주인공으로 열연한 과거가 동일한 행복감을 준다는 사실에 '감격'해 하는 듯 보였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그이기에 휴식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지인들의 걱정이 컸지만 그는 "내 행복만 찾아갈 뿐 인기나 명예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스 사이공> 공연을 앞두고 고혈압으로 쓰러진 김성기 선배를 보면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미스 사이공> 을 끝내 놓고는 8개월간 공연을 쉬면서 정말 편하게 지냈는데 주변에선 많이 걱정하셨죠. 하지만 막상 저는 정신적으로 여유로워진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해요."

조심스러운 첫 걸음이기에 신중해야 했던 연극 선택이 <나생문> 인 것도 그의 달라진 인생관을 반영한다. 2003년 초연 때 이 작품을 관람한 뒤 그는 인생을 배웠다고 한다.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 친숙한 연극 <나생문> 은 한 가지 사건을 두고 각각의 인물에 따라 진술이 달라지는 구성을 통해 진실과 인간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때가 30대 초반이었는데 내가 옳다고 여긴 게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이번에 대학 동기 구태환이 연출한다는 말에 제가 참여하고 싶다고 적극 나섰습니다. 많은 관객이 저처럼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문하는 계기를 갖게 되실 겁니다."

그는 '여행병'이 났다고 했다. "이러다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생문> 출연만 아니라면 지금쯤 누구도 방해 하지 않는 이집트 사막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는 그다. 최근엔 "뮤지컬 전도"도 한다.

몇몇 대기업의 문화 강좌를 맡은 이후 수강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공연장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는 아예 3,4년 후쯤엔 뉴욕에서 뮤지컬의 시스템을 배워 한국 뮤지컬계 발전을 위해 자신이 쌓은 노하우를 전하고 싶다는 거창한 계획도 세워 두고 있다.

그는 <나생문> 이후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갬블러> 로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뮤지컬도 연극도 결국 행복을 위한 여정 아니겠어요? 공연을 하든 여행을 하든 모두 행복을 위해 피땀 흘리는 과정인 거죠. 그래서 전 지금 행복한 사람입니다." 공연문의 (02)556-5910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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