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굿바이 걸> 은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뮤지컬이다. 굿바이>
종갓집 유림들이 힙합과 랩을 노래하고(<형제는 용감했다> ) 피가 객석까지 튀는( <이블 데드> ) 등 웬만큼 튀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각양각색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는 요즘, 서로 으르렁거리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는 아무리 한국 초연이라 해도 진부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블> 형제는>
하지만 국내에 몇 차례 소개된 적이 있는 뮤지컬 <듀엣> 이 그랬듯 원작자 닐 사이먼의 탄탄한 대본은 냉소적으로 객석에 기대 있던 관객마저도 무대를 향해 몸을 당겨 앉게 만들었다. 듀엣>
극작가 닐 사이먼이 자신의 동명 영화(1977)를 <코러스 라인> 의 작곡가 마빈 햄리쉬의 음악에 녹여 무대로 옮긴 뮤지컬 <굿바이 걸> (1993)은 늘 남자에게 차이는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 폴라(하희라 김태리 더블 캐스팅)와 고집 세고 괴팍한 배우 엘리엇(정성화 권유진)의 이야기다. 굿바이> 코러스>
의도치 않은 동거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프로세스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위트 있는 대사의 힘이다. 거만한 배우 엘리엇에게 숨겨진 인간미와 진정한 사랑을 통해 자아를 찾는 폴라의 캐릭터는 거창한 무대 전환 없이도 톡톡 튀는 대사로 생명력을 얻었다.
폴라를 미혼모로 설정해 조숙한 딸 루시 캐릭터를 집어 넣고 가족애를 살린 것도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차별화된 이 작품만의 특징이다. '즉흥 러브송(An Improvised Love Song)' 등에서 보듯 적절한 우리식 유머를 가미한 번역도 뻔한 뉴욕식 코미디가 사랑스러운 공연으로 한국화되는 데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정성화 하희라 두 주연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정성화는 본래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경질적인 성격 뒤에 따뜻함을 감춘 엘리엇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감초 연기는 물론 열창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크로스비 부인 역의 최나래도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15년 전 첫 선을 보인 삽입곡들은 오래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엘리엇 가필드의 집'이나 '굿 뉴스 배드 뉴스' 등 몇몇 넘버는 귓가에 꽤 오래 맴돈다.
남자의 외모만 보던 폴라가 엘리엇의 마음을 보게 됐듯 관객 역시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난생 처음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 또는 연인 관객이 즐기기에 무난한, 기분 좋아지는 공연이다. 6월 15일까지. (02)501-7888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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