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일까.
1일 뉴욕증시 급등에 이어 2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가 일제히 반등세를 보이면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1일 뉴욕증시는 ‘제2의 베어스턴스’로 우려받던 리먼 브러더스와 유럽 최대은행 UBS의 자금조달 성공 소식에 다우지수가 3.19%, 스탠더스앤푸어스(S&P)지수가 3.59%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2일 한국(2.35%), 일본(4.21%) 등 아시아 증시도 급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증시가 금융주를 중심으로 급등한 것을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감 회복으로 해석했다.
사실 돈줄이 말라 휘청이던 금융사가 위기를 넘겼다는 뉴스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호재를 과거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 대상이 ‘서브프라임 사태 최대 피해 업체’인 UBS와 ‘베어스턴스 다음타자’였던 리먼 브러더스이기 때문이다.
UBS는 1일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로 올 1분기 190억달러를 추가 상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후 총 380억달러 상각으로 전세계 최대 규모다. UBS는 또 재무건전성을 위해 160억달러를 새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상각은 분명 악재였지만 이날 UBS 주가는 되려 14.6% 급등했다. ‘털만큼 털었다’는 심리의 반영인 셈이다.
리먼브러더스는 300만주로 예정했던 전환우선주 청약에 수요가 몰려 발행 규모를 400만주로 늘렸다는 발표가 호재로 작용했다. “유동성이 풍부할 뿐 아니라, 자금조달 여력도 충분하다”는 경영진의 호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 회사 주가 역시 17.6% 폭등했다.
시장은 특히 이들의 자금조달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신주 발행을 통한 조달이 가능했다는 점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장래를 밝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코메르츠방크의 피터 딕슨 애널리스트는 “UBS가 신속히 위험을 밝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나쁜 뉴스가 빨리 나올수록 문제를 더 빨리 치유할 수 있다”고 평가했고 리지워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앨런 게일 선임 투자전략가는 “은행들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데 시장이 안도했다”며 “자산 상각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FT는 이들의 해결책이 유동성 부족에 고민중인 다른 투자은행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신용위기가 경제와 기업 실적을 얼마나 악화시켰을 지가 여전히 미지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1일 “미국의 이번 금융위기는 1987년 블랙먼데이와 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등을 뛰어넘는 30년 만의 가장 심각한 위기이며 기간도 앞으로 8~10분기(2~3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베스텍 시큐리티의 필립 쇼 전략가는 “가장 큰 고민이었던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상각이 설사 끝났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금융위기보다 훨씬 큰)경제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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